작성일: 2026년 9월 29일 참고 기사: 사장이 괴롭히면 노동청 감독관이 직접 조사…직장 내 괴롭힘 지침 개정, 고용노동부, 2026. 7. 2.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발표
서론: 가해자가 사장이라면 조사는 누구 몫일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려는 근로자가 가장 먼저 마주치는 벽은 “조사를 누가 하느냐”입니다. 상대가 팀장이라면 회사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대표이사나 사업주 본인이라면 어떨까요.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를 조사하는 사람이 사실상 가해자의 지휘를 받는 구조가 되고, 결과가 공정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흔히 ‘셀프조사’라 부릅니다.
정부가 이 지점을 손보고 있습니다. 2026년 5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이 개정되어 사용자가 가해자인 사건 등은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는 방향이 명문화되었고, 7월 2일에는 예방·대응 매뉴얼이 개정되어 사업주 본인이 행위자일 때 회사 자체조사를 배제하는 원칙과 허위·남용 신고에 대한 대응 기준이 담겼습니다. 오늘은 이 새 기준이 근로기준법의 어떤 조문 위에 서 있는지, 사업주와 근로자가 실무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법 조문과 새 지침이 그리는 조사·조치의 틀
1.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본 구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행위자를 ‘사용자’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업주도, 직원도 행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발생 후 절차는 제76조의3에 있습니다. 누구든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제1항),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제2항). 조사 기간에는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되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됩니다(제3항). 조사 결과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할 때 배치전환 등을 하고(제4항),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며 그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제5항).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고(제6항), 조사에 관여한 사람은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제7항).
2. 그런데 조사 주체가 사용자 자신이라면
법 문언은 “사용자는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만 정합니다. 사용자 본인이 가해자인 경우에 누가 조사할지는 법에 세부 규정이 없습니다. 그 빈틈을 채우는 것이 행정지침과 매뉴얼입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개정 지침은 사용자의 괴롭힘 사건, 최근 3년 내 조사 의무 위반 이력이 있는 사업장의 반복 위반, 중대한 피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 조사를 거부하거나 명백히 객관적이지 않게 진행된 사건 등을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할 사건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또 매뉴얼은 사업주가 행위자일 때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사업주를 조사·보고·결재 과정에서 제외하도록 안내합니다.
다만 이 지침과 매뉴얼은 법률이 아니라 행정 내부 기준입니다. 구속력의 세기는 법 조문과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3. 제재 수위: 과태료와 형사처벌
사용자가 제76조의2를 위반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제116조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사용자에는 사용자의 친족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인 경우도 포함됩니다. 아울러 조사 의무(제76조의3제2항), 피해근로자 요청에 따른 조치(제4항), 행위자 조치(제5항), 비밀누설 금지(제7항) 위반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신고자와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제6항)는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이 조문은 2026년 4월 7일 개정 조문이며 시행일이 2026년 10월 8일로 표기되어 있으니 곧 적용 시점이 다가옵니다. 시행 전후의 조문을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4. 허위·남용 신고와 취업규칙
매뉴얼은 근거 없는 신고를 반복해 업무를 방해하거나 자신의 징계를 피하려고 신고하는 경우 등에는 징계가 가능하다는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신고 보호가 신고 남용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신고 내용이 결과적으로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면 제76조의3제6항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상시 10명 이상 사업장이라면 제93조 제11호에 따라 취업규칙에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 사항을 반드시 담아야 하므로 이번 기준을 반영해 손볼 시점입니다.
결론: 조사 절차를 미리 설계한 회사가 분쟁을 줄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괴롭힘의 행위자는 사업주일 수도 있고, 사업주가 행위자일 때 회사 안에서만 조사를 끝내는 방식은 더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둘째, 조사 의무 위반, 피해자 보호 소홀, 신고자 불리한 처우는 각각 과태료나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허위·남용 신고 대응 기준도 생겼지만 신중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사업주께는 사업주가 관련된 사건에서 외부 전문가나 노동관서를 활용하는 절차를 취업규칙과 내부 규정에 미리 정해 두시길 권합니다. 근로자께서는 피해 사실과 시기, 증거를 기록해 두고, 회사 내부 절차를 신뢰하기 어렵다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직접 신고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세요. 구체적인 사안은 노무사나 변호사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시행 2026. 8. 20.): 제76조의2, 제76조의3, 제93조, 제109조(2026. 10. 8. 시행 개정 조문), 제116조
- 조문 인용은 첨부 법령 PDF 기준이며, 개정 지침·매뉴얼은 언론 및 법률사무소 자료를 참고한 행정 내부 기준으로 법 조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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