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로드맵, 이미 시행 중인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작성일: 2026년 9월 10일

참고 기사

서론 — 전담 조직까지 생긴 ‘동일임금’, 왜 지금인가

고용노동부가 올해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제화, 임금정보 제공 강화, 초기업 단위 교섭 촉진을 묶은 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관이 직접 전담 부서 신설을 언급할 만큼 정부의 무게중심이 실린 과제입니다.

그런데 많은 인사·노무 담당자가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앞으로 새로 생길 규범이 아니라, 이미 우리 법에 명문으로 존재하고 형사처벌까지 예정된 조항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논의되는 법제화는 이 원칙을 성별을 넘어 고용형태 전반으로 확장하고, 판단에 쓸 임금정보 인프라를 갖추자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장이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아직 나오지 않은 개정안이 아니라, 이미 적용되고 있는 현행 조문입니다. 오늘은 현행법이 정한 판단 기준과 절차, 그리고 로드맵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를 실무 관점에서 정리하겠습니다.

본론 — 현행법의 골격과 로드맵이 겨냥하는 빈틈

1. 이미 형사처벌 조항이 붙어 있는 원칙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선언적 문구로 읽히기 쉽지만, 같은 법 제37조 제2항 제1호는 이를 위반한 사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형사책임이 따르는 강행규정입니다.

핵심은 ‘동일 가치’를 무엇으로 재느냐입니다. 제8조 제2항은 그 기준을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명시하고, 사업주가 이 기준을 정할 때에는 같은 법 제25조에 따른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의견을 듣도록 했습니다. 즉 기준 설정 자체가 사용자의 일방적 재량이 아니라 절차적 통제를 받습니다. 직무평가표나 임금테이블을 만들면서 근로자위원 의견청취 절차를 건너뛰었다면, 그 기준의 정당성부터 흔들릴 수 있습니다.

또 제8조 제3항은 사업주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자회사·분사(分社)를 통한 임금 이원화가 차별 회피 목적이라면 법인격을 나눠도 하나의 사업으로 묶인다는 뜻으로, 그룹사 구조를 가진 기업이 특히 유의해야 할 조항입니다.

2. 성별 축과 고용형태 축, 두 갈래의 현행 규율

현행 차별 규율은 두 축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성별 축은 남녀고용평등법이, 고용형태 축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담당합니다.

기간제법 제8조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 근로자에 비해,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통상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같은 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경우 종료일)부터 6개월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습니다. 실무상 결정적인 조항은 제9조 제4항으로, 분쟁에서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임금 차이의 합리적 이유를 설명할 근거를 사용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아가 제15조의2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제8조 위반에 대해 직접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개별 근로자의 신청이 없어도 근로감독을 통한 시정이 가능합니다.

성별 축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제26조가 제7조부터 제11조까지 위반 행위 등에 대해 노동위원회 시정신청 제도를 두고 있으며, 역시 6개월의 기간 제한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일반적으로 금지합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 빈틈이 있다는 점입니다. 원·하청 간 임금 격차나, 기간제도 단시간도 아닌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의 격차는 위 조문의 비교 대상 요건에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정부가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의무와 고용형태 차별 금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참고로 기간제법은 이 글이 참조한 법령 스냅샷 기준 2021년 5월 18일 시행본입니다. 정부가 연내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만큼, 조문 개정 가능성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임금정보 인프라 — 로드맵의 진짜 승부처

로드맵이 ‘임금정보 제공 강화’를 나란히 놓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동일 가치인지 판단하려면 직무별 임금 분포라는 비교 좌표가 있어야 하는데, 기업 단위로 임금이 비공개인 환경에서는 근로자가 차별을 주장할 출발점 자체가 없습니다. 직무분석과 임금분포 공시가 뒷받침되어야 원칙이 작동한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의식입니다.

동시에 이는 기업에 부담이자 기회입니다. 연공에 따라 자동으로 벌어진 임금 차이는 앞으로 ‘기술·노력·책임·작업조건’이라는 언어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숙련도나 근속연수가 다른데도 같은 임금을 줘야 하느냐는 반발이 현장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현행 제8조 제2항이 이미 기술과 책임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숙련 차이가 직무의 기술·책임 차이로 실증되면 임금 차등의 근거가 됩니다. 관건은 차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차등을 문서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결론 — 개정안을 기다리지 말고 직무기술서부터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이미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 있고 제37조 제2항 제1호의 형사처벌이 따르는 현행 규범입니다. 둘째, 기간제법 제8조·제9조는 6개월의 시정신청 기간과 사용자 입증책임을 정하고 있어, 다툼이 생기면 설명 부담은 사업주에게 돌아옵니다. 셋째, 연내 로드맵은 이 원칙을 고용형태 전반으로 넓히고 임금정보 인프라를 붙이는 방향입니다.

사업주에게 권하는 실무 조치는 명확합니다. 직무기술서와 임금 결정 근거를 문서화하고, 직무평가 기준을 만들 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의견청취 절차를 실제로 밟아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계열사·자회사 간 임금 이원화가 있다면 제8조 제3항의 관점에서 설립 경위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자라면,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이 다르다고 느낄 때 비교 대상과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시정신청에는 6개월의 기간 제한이 있어 시기를 놓치면 절차 자체가 닫힙니다. 법제화 논의의 결론이 나기 전이라도, 지금 있는 조문만으로 다툴 수 있는 영역은 이미 넓습니다.

인용 법령

  •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일부개정] — 제8조(임금), 제26조(차별적 처우등의 시정신청), 제37조 제2항 제1호(벌칙)
  • 근로기준법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 제6조(균등한 처우)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간제법) [시행 2021. 5. 18.] [법률 제18177호, 2021. 5. 18., 일부개정] —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제9조(차별적 처우의 시정신청), 제15조의2(고용노동부장관의 차별적 처우 시정요구 등)

※ 본문에서 언급한 법제화 로드맵, 임금정보 공시,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은 정부가 예고한 추진 계획으로 아직 입법되지 않았습니다. 조문 번호는 위 스냅샷 기준 현행 법령에서만 인용했습니다.

대표 이미지: Photo by Tima Miroshnichenko on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