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8월 25일
참고 기사
- 법률신문, 「근로기준법 개정, 4시간 근무 시 휴게시간 선택권 및 시간 단위 연차휴가 도입」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899
- 노무법인 서울,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 개정사항 안내(2026.8.~2027.6. 순차 시행)」 https://www.laborseoul.com/
⚠️ 참고자료 안내
본 글에서 다루는 개정 근로기준법 제60조의 시간 단위 분할 청구 조항과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 그리고 제54조 제1항 단서(4시간 근무 시 휴게시간 선택권)는 2026년 6월 9일 공포된 개정 법률의 신설 조문으로, 첨부한 「노동법 13종」 PDF에 수록된 현행 조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인용하는 현행 제60조 제1항~제7항, 제54조, 제61조, 제62조는 첨부 자료에 근거한 것이며, 신설 조문의 정확한 문언과 항 번호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서론 — 반나절 휴가로도 부족했던 이유
병원 진료 한 시간, 아이 학교 상담 두 시간. 이런 일에 하루치 연차를 쓰기는 아깝고, 반차를 쓰자니 남는 시간이 애매하다는 하소연은 오래된 것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차 유급휴가를 ‘일(日) 단위’로 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반차나 시간 단위 사용은 취업규칙이나 노사합의로 회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해 온 관행일 뿐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시간 단위 사용을 허용하지 않아도 근로자가 이를 요구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2026년 6월 9일 공포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이 관행을 법정 제도로 끌어올렸습니다. 근로자가 연차를 시간 단위로 나누어 청구하면 사용자가 이를 부여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신설된 것입니다. 시행일은 2027년 6월 10일. 아직 1년 가까이 남았지만, 구체적 기준이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고 근태·급여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하는 사안이라 준비 기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개정의 내용과 실무 대응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본론 — 무엇이 바뀌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1. 현행 제60조의 구조
첨부 자료에 수록된 현행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이렇게 짜여 있습니다. 제1항은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제2항은 계속근로 1년 미만이거나 출근율 80퍼센트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합니다. 제4항은 3년 이상 계속근로자에게 매 2년마다 1일을 가산해 최대 25일까지 부여하도록 정합니다.
핵심은 제5항입니다.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시기변경권을 인정합니다. 즉 현행법이 보장하는 것은 ‘언제 쉴지’를 정할 권리이지, ‘얼마나 잘게 나눠 쓸지’를 정할 권리가 아니었습니다.
제6항은 출근율 산정 시 출근한 것으로 보는 기간을 열거합니다. 업무상 부상·질병 휴업기간, 출산전후휴가 기간, 육아휴직 기간에 더해 2024년 10월 22일 개정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단축된 근로시간까지 포함되었습니다. 제7항은 연차가 1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되 사용자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2. 개정으로 신설되는 시간 단위 청구권
개정법은 제60조에 “사용자는 근로자가 연차 유급휴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 단위 및 일수의 범위에서 분할하여 청구한 경우 이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문언이 ‘부여할 수 있다’가 아니라 ‘부여하여야 한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회사의 시혜가 아니라 근로자의 청구권이 된 것입니다.
다만 ① 최소 사용 단위가 1시간인지 30분인지, ② 연간 며칠분까지 시간 단위로 쪼갤 수 있는지, ③ 잔여 시간의 이월·정산은 어떻게 하는지는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취업규칙 개정은 시행령이 확정된 뒤에 착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함께 신설된 조항은 연차 청구·사용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금지입니다. 해고는 물론 임금 삭감, 인사평가상 불이익, 배치전환 등 어떤 형태의 불이익도 금지되며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간 단위 연차 부여 의무 위반은 기존 연차 부여 의무 위반과 마찬가지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 함께 시행되는 휴게시간 선택권
같은 개정 법률에는 제54조 제1항 단서 신설도 담겼습니다. 현행 제54조 제1항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반차를 써서 4시간만 일하는 날에도 형식상 30분을 쉬고 퇴근해야 했습니다. 개정법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로서 근로자가 휴게시간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요청한 때에는 휴게시간을 주지 않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조항은 2027년 6월이 아니라 2026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되므로 훨씬 급합니다.
주의할 점은 ‘근로자의 명시적 요청’이 요건이라는 것입니다. 회사가 일률적으로 휴게를 생략하거나 사실상 강요하면 여전히 위법입니다.
4. 실무에서 손봐야 할 것들
첫째, 휴게 미사용 신청 절차입니다. 반차·조퇴·단축근무로 실근로가 4시간이 되는 날 근로자가 스스로 신청하는 전산 화면이나 서면 양식을 올해 하반기까지 마련해야 합니다. 신청 주체가 근로자임이 기록으로 남아야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기존 반차·조퇴·외출 제도와의 정리입니다. 시간 단위 연차가 법정 제도가 되면 회사가 운영하던 반차와 어떻게 겹치고 갈리는지, 조퇴를 연차에서 차감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셋째, 잔여 연차 관리 방식입니다. 15일이 아니라 120시간처럼 시간으로 환산해 관리할지, 일·시간을 병행 표시할지 결정하고 근태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시간 단위 사용분의 임금 정산 기준도 제60조 제5항의 통상임금 원칙에 맞춰 설계해야 합니다.
넷째, 연차사용촉진·대체휴가와의 정합성입니다. 제61조의 사용촉진 절차는 ‘미사용 휴가 일수’를 서면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데 시간 단위 잔여분을 어떻게 표기할지, 제62조의 근로자대표 서면합의에 따른 유급휴가 대체가 시간 단위 사용과 어떻게 맞물릴지도 검토 대상입니다.
결론 — 시행령을 기다리되, 준비는 지금부터
이번 개정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동안 회사 재량에 맡겨져 있던 시간 단위 연차가 근로자의 법적 청구권이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차를 썼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별도의 처벌 근거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휴가가 ‘허락받는 것’에서 ‘행사하는 것’으로 한 걸음 더 옮겨간 셈입니다.
일정 관리가 관건입니다. 4시간 근무일 휴게시간 선택권은 2026년 12월 10일, 시간 단위 연차는 2027년 6월 10일로 시행일이 다릅니다. 우선 올해 안에 휴게 미사용 신청 절차를 만들고, 시행령이 나오는 대로 취업규칙·휴가규정·근태시스템을 정비하는 2단계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사업주라면 지금 당장 할 일은 규정 개정이 아니라 현황 점검입니다. 우리 회사의 연차 사용 단위, 반차·조퇴·외출 운영 방식, 근태시스템이 시간 단위 차감을 지원하는지부터 확인해 두면 시행령 공개 후 대응이 훨씬 수월합니다. 근로자라면 시행 전이라도 취업규칙에 반차나 시간 단위 사용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제도가 있다면 지금도 쓸 수 있고, 없다면 내년 6월부터는 법이 보장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