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8-08
참고 기사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2134742i (판례로 확장된 통상임금 범주…그럼에도 분쟁은 계속된다 [지평의 노동 Insight])
- https://www.kimchang.com/ko/insights/detail.kc?sch_section=4&idx=31774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개정)
- https://www.kimchang.com/ko/insights/detail.kc?sch_section=4&idx=30973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11년만에 판례 변경)
서론 · 11년 만의 판례 변경, 왜 지금도 뜨거운가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과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임금’입니다. 그 범위가 조금만 넓어져도 기업의 인건비와 근로자의 실수령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통상임금은 늘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되어 왔습니다.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년간 실무를 지배해 온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판결(2023다302838)을 선고했고, 그 여진은 1년 반이 지난 2026년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은 “판례로 확장된 통상임금 범주에도 분쟁은 계속된다”고 지적하고, 고용노동부도 노사지도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재직조건·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 두었던 수많은 사업장이 임금체계 재설계와 소급분쟁이라는 숙제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첨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토대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고 실무에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짚어 봅니다.
본론 · 고정성의 퇴장과 새로운 통상임금 판단 기준
먼저 통상임금의 법적 정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판결문이 인용하듯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정의에 충실하게, 통상임금이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재정의했습니다.
핵심은 ‘고정성’의 퇴장입니다. 종전의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판결)은 ‘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 여부·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야 한다’는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았습니다. 이 기준 때문에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은 상여금은 조건 성취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정성 개념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을 비롯한 어떤 법령에도 근거가 없고, 법령상 근거 없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당사자가 임금에 지급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통상임금을 쉽게 빼낼 수 있게 하여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잠탈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징표로 삼은 종전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새 기준은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입니다. 근로자가 미리 정한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은, 거기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정 근무일수 충족” 조건이 붙었더라도, 그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 이내여서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당연히 충족할 조건이라면, 그 조건이 붙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설령 실제 근무일수가 모자라 근로자가 그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소정근로 대가성·정기성·일률성을 갖추었다면 통상임금에 산입해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산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를 요구하는 조건부 임금은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닙니다.
실제 사안이 이 법리를 잘 보여 줍니다. 이 사건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750%를 격월·명절·하기휴가로 분할 지급하되, 각 기준기간에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되는 구조였습니다. 원심은 ’15일 근무 조건’의 성취가 불확실해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지만, 대법원은 주 5일제 사업장에서 15일은 각 기준기간의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므로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조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 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실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변경된 법리는 원칙적으로 판결 선고일(2024. 12. 19.)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되, 선고 시점에 법원에 계속 중이던 병행사건에는 소급 적용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또한 통상임금을 회피할 의도로 근무실태와 동떨어진 소정근로일수를 정하는 등 강행성을 잠탈하려는 합의는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판결의 파장은 2026년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고용노동부는 판결 취지를 반영해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개정했고, 현장에서는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상임금이 바뀌면 그에 연동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수당, 퇴직금까지 줄줄이 재산정된다는 점입니다. 판결이 원칙적으로 선고일 이후 산정분에만 적용되어 과거분 소급 청구는 제한되지만, 선고 시점에 이미 다투어지던 병행사건은 소급 적용을 받는 만큼 개별 사업장의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부담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임금 항목이 많고 지급조건이 복잡한 기업일수록, 어떤 수당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지’를 항목별로 판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결론 · 임금체계 재점검이 곧 리스크 관리
이번 판결로 재직조건·근무일수 조건이라는 ‘꼬리표’만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던 관행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실무의 초점은 이제 조건의 형식이 아니라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가”로 옮겨졌습니다.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지급조건을 다시 살펴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재산정하고, 이를 반영해 가산수당·퇴직금 산정 기준과 임금체계를 정비해야 합니다. 소정근로일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통상임금을 피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무효 판단의 위험을 키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근로자라면 자신의 상여금이 새 기준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미지급 가산수당 청구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임금은 한 번 어긋나면 소급 규모가 커지는 항목인 만큼, 지금의 선제적 재점검이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