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돌봐야 할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됩니다 — 가족돌봄휴직·휴가·근로시간 단축

작성일: 2026-08-09

참고 기사

서론 — 육아 옆에 가려진 ‘돌봄’의 권리

오는 8월 20일 남녀고용평등법 전면시행을 앞두고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같은 ‘육아’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직장인이 실제로 부딪히는 순간은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배우자가 큰 병을 얻었을 때입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간병과 돌봄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며, 그 부담 때문에 어렵게 쌓은 경력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뿐 아니라 ‘가족돌봄’을 위한 휴직·휴가·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미 촘촘히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도가 있어도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가족을 돌볼 수 있게 해주는 세 가지 핵심 제도를, 첨부한 법령의 실제 조문을 근거로 정리해 드립니다.

본론 — 세 가지 무기: 휴직, 휴가,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

첫째, 가족돌봄휴직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2 제1항은 근로자가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의 질병·사고·노령으로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을 신청하면 사업주가 이를 허용하도록 규정합니다. 기간은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연간 최장 90일이며, 나누어 쓸 수 있되 분할 시 1회 기간은 30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다만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하거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데, 이때 사업주는 그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근무시간 조정·연장근로 제한·근로시간 단축 등 대체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제3항).

둘째, 가족돌봄휴가입니다. 90일짜리 휴직이 부담스럽거나 ‘오늘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을 위한 제도가 제22조의2 제2항의 가족돌봄휴가입니다. 가족의 질병·사고·노령은 물론 자녀 양육을 위해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할 때 신청할 수 있고, 제4항에 따라 연간 최장 10일을 하루 단위로 쪼개 쓸 수 있습니다. 이 휴가 기간은 가족돌봄휴직 90일 안에 포함됩니다. 감염병 확산 등으로 심각단계 위기경보가 발령되는 등 특별한 상황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 고시로 기간이 연장될 수 있도록 한 규정(제4항 제3호)도 함께 두고 있습니다.

셋째, 가족돌봄 등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입니다. 아예 쉬기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며 돌봄을 병행하고 싶다면 제22조의3을 활용하면 됩니다. 이 제도는 이름에 ‘가족돌봄’이 붙어 있지만 적용 사유가 넓어, 가족 돌봄뿐 아니라 근로자 본인의 질병·사고로 건강을 돌보는 경우, 55세 이상 근로자의 은퇴 준비, 학업까지 네 가지 사유를 포함합니다. 단축 후 근로시간은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정해야 하며(제3항), 기간은 1년 이내이되 가족돌봄·본인 건강·은퇴 준비 사유라면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 최대 2년까지 추가 연장할 수 있습니다(제4항). 단축기간 중 근로조건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서면으로 정하고, 사업주는 단축된 시간 외 연장근로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제22조의4).

공통적으로 보장되는 안전장치도 중요합니다. 사업주는 이들 휴직·휴가·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습니다(제22조의2 제6항, 제22조의3 제5항). 또한 해당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되어 승진·퇴직금 산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되,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는 제외해 오히려 평균임금이 낮아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제22조의2 제7항).

실무에서는 이렇게 조합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낙상으로 입원한 직장인이라면, 우선 입원 당일과 수술 전후에는 가족돌봄휴가를 하루 단위로 며칠 사용해 급한 불을 끄고, 재활이 길어져 상시 간병이 필요해지면 가족돌봄휴직으로 전환해 최장 90일을 확보한 뒤, 이후 병세가 안정되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갈아타 주 20시간 안팎으로 일하며 간병과 소득을 병행하는 식의 설계가 가능합니다. 세 제도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단계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아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가족돌봄휴직과 가족돌봄휴가는 법상 사업주의 임금 지급 의무가 없는 무급이 원칙이라는 점, 근로시간 단축 기간에는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이 감소한다는 점은 미리 감안해야 합니다.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등 별도 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구체적 요건과 금액은 관할 고용센터나 고용노동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 알아야 쓰고, 서면으로 지켜집니다

정리하면 가족을 돌봐야 하는 근로자에게는 연간 90일의 가족돌봄휴직, 하루 단위로 쓰는 10일의 가족돌봄휴가, 그리고 주 15~30시간으로 일을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 이 권리를 온전히 지키려면 몇 가지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신청은 되도록 서면으로 남기고 사유와 기간을 명확히 하십시오. 서면 기록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둘째, 회사는 취업규칙에 이들 제도를 반영하고 근로자에게 안내할 의무가 있으므로, 규정이 없다면 정비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정당한 신청을 거부당하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면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도는 몰라서 못 쓰는 순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8월 20일 개정 시행을 계기로 우리 회사의 돌봄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