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8월 3일
참고 기사:
– 법원, 업무 내용·시간 정해진 스타트업 CTO 근로자성 부정 (월간노동법률)
– 계약서상 ‘근로자’여도…대법 “등기이사로 의사결정 관여했다면 근로자 아냐” (월간노동법률)
– 등기이사도 근로자일 수 있을까? 이사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 (헬프미)
서론 : 직함이 아니라 ‘실질’이 판단한다
“근로계약서를 썼으니 당연히 근로자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에 대해 근로계약서상 업무 내용과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도체 스타트업이 개발자를 CTO로 영입하며 대표이사 다음 직위와 일반 근로자를 웃도는 보수, 회사 주식 5%까지 부여한 사안에서, 법원은 그가 회사의 경영·기술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했습니다. 즉 계약서에 ‘근로자’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 일한 모습이 사용자에 가까우면 근로자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임원·공동창업자·등기이사가 늘어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현장에서 이 문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가능 여부는 물론 퇴직금, 4대보험 적용까지 좌우하는 핵심 쟁점입니다. 오늘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근로자성 판단의 법적 기준과, 임원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을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론 :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근로자’와 임원의 경계
1. 근로자의 법적 정의 — 계약의 이름이 아니라 종속성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임금을 목적으로’와 ‘근로를 제공’입니다. 같은 조 제2호는 사용자를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 규정합니다. 즉 한 사람이 근로를 ‘제공받고’ 사업을 위하여 행위하는 위치에 서 있다면 사용자에 가깝고,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위치라면 근로자에 가깝습니다. 두 개념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임원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가 곧 보호 여부를 가릅니다.
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이나 직함이 아니라 ‘사용종속관계’라는 실질을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복무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근무 시간과 장소가 구속되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스스로 비품·원자재를 소유하며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어느 하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전체를 놓고 무게를 재는 방식입니다.
2. 임원·등기이사는 왜 근로자성이 부정되기 쉬운가
임원이나 등기이사는 이 종속성 징표에서 근로자와 반대 방향에 서기 쉽습니다.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업무 재량을 행사하며, 성과·지분과 연동된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CTO 사안에서 법원이 근로자성을 부정한 결정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상 형식은 근로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경영 및 기술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했고 업무 재량성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대표이사 다음가는 직위, 일반 근로자를 상회하는 보수, 주식 부여라는 사정이 모두 ‘사업을 위하여 행위하는 자’, 즉 사용자에 가까운 지위를 뒷받침한 것입니다.
반대로 등기이사라는 형식만으로 근로자성이 무조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목상 이사일 뿐 실제로는 대표의 지휘·감독 아래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고 독자적 의사결정 권한이 없었다면, 이름이 이사라도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무늬만 임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결국 직함이 임원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실제로 경영에 관여하고 재량을 행사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회사가 위임계약을 체결했느냐 근로계약을 체결했느냐 하는 계약의 제목도 참고 자료일 뿐, 판단을 뒤집는 결정적 요소는 되지 못합니다.
3. 실무적 파장 — 부당해고 구제와 서면통지, 그리고 그 너머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근로기준법의 보호가 통째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근로자라면 제23조에 따라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 제27조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해고는 효력이 없습니다. 또한 제28조에 따라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그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이 절차 자체를 이용할 수 없어, 계약 종료의 정당성은 민법상 위임계약 법리로만 다투게 됩니다. 이번 사안에서 CTO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이 지점 때문입니다.
파장은 해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근로자성이 부정되면 퇴직급여, 연차유급휴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4대보험 적용 등 근로기준법과 관련 법령의 보호가 함께 사라집니다. 반대로 회사가 임원을 근로자로 잘못 판단해 관리해 왔다면, 뒤늦게 미납 보험료나 퇴직금 부담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근로자성 판단은 개인과 회사 양쪽 모두에게 사후 분쟁의 뇌관이 됩니다.
결론 : 임원이라면 ‘나의 실질’을 미리 점검하라
이번 판결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근로자성은 계약서 제목이나 직함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임원·CTO·공동창업자라면 자신이 경영 의사결정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지분과 성과에 연동된 보수를 받는지, 대표의 지휘·감독 없이 독립적 재량으로 일하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요소가 강할수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보호(제23조 해고 제한, 제27조 서면통지, 제28조 구제신청)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입 단계에서 “임원 대우”라는 말만 믿고 신분의 법적 성격을 확인하지 않으면, 관계가 틀어졌을 때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임원 영입 시 근로계약서와 실제 업무 실질을 일치시키고, 위임인지 근로인지를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설계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직함보다 ‘실질’을 먼저 챙기시기 바랍니다.
*본 글에서 인용한 근로기준법 제2조·제23조·제27조·제28조는 첨부 자료 「노동법 13종」에 수록된 조문을 근거로 작성하였습니다. 개별 사안의 근로자성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