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10월 21일 참고 기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101017094526371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13939i
서론: 퇴원 한 달 뒤의 죽음도 산재일까
건설 현장에서 비계를 설치하다 2m 높이의 작업대에서 떨어져 발목이 부러진 근로자가 있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고, 그는 요양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사고 약 한 달 뒤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끝내 숨졌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다리 깊은 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폐동맥을 막은 폐색전증이었습니다.
공단은 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주지 않았습니다. 유족이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2026년 8월 27일 유족의 손을 들어 공단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10월 중순 이 판결이 보도되면서 “산재 요양 중 사망”을 어디까지 업무상 재해로 볼 것인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관련 조문과 함께 판결의 논리, 그리고 유사한 상황에 놓인 유족이 준비할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상당인과관계는 어떻게 판단되는가
1. 업무상 재해의 기본 구조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제37조 제1항입니다. 근로자가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장해가 생기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봅니다. 다만 같은 항 단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결국 모든 산재 분쟁의 핵심은 업무와 결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입니다.
이 사건에서 최초 추락 사고는 제37조 제1항 제1호 가목, 즉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여 이미 승인되었습니다. 다툼은 그 사고와 한 달 뒤의 사망이 이어지는지에 있었습니다.
2.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라는 연결고리
제37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규정합니다. 골절 자체는 업무상 부상이지만, 그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거동이 제한되고 혈관이 손상되어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겼다면, 이는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질병으로 사망했다면 사망 역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최초 재해에서 시작된 합병증이나 2차 질병도 인과관계의 사슬이 끊기지 않는 한 산재 범위에 들어옵니다.
3. 법원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논리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첫째, 법원 감정의는 골절과 외상으로 보행이 제한되고 혈관벽이 손상되면서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겼고, 이것이 폐색전증으로 이어져 사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사고 후 한 달이 지나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될 수 있고, 큰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전조 없이 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발목 골절로 이미 통증과 부종이 있던 환자는 새로운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셋째, 공단이 내세운 기저질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단은 사고 약 5개월 전 부정맥 진단을 받은 점을 들어 폐색전증이 부정맥 때문일 수 있다는 자문의사회 소견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부정맥이 일반적으로 혈전 색전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아니며, 폐색전증의 다른 뚜렷한 위험요인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입원 중에 혈전이 생겼다고 볼 근거는 없어도, 퇴원 후 거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생겼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본 점도 눈에 띕니다.
4. 인정되면 받을 수 있는 급여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인정되면 제62조에 따라 유족에게 유족급여가 지급됩니다. 유족급여는 원칙적으로 유족보상연금이고, 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을 때 유족보상일시금이 지급됩니다. 연금 수급자격자가 원하면 일시금의 50%를 먼저 받고 연금을 50% 감액해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제62조 제3항). 여기에 제71조에 따라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해당하는 장례비가 장례를 치른 유족에게 지급됩니다. 다만 장례비는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최고·최저 금액의 범위 안에서 정해집니다. 유족의 범위는 제5조 제3호에 따라 배우자(사실혼 포함)·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형제자매입니다.
생존해 있는 동안의 치료비는 제40조의 요양급여로 처리됩니다. 진찰·검사, 약제, 처치·수술, 재활치료, 입원, 간호·간병 등이 범위에 들어가므로, 합병증 치료도 승인된 상병과 관련되면 요양급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5. 실무에서 유의할 점
이번 판결은 1심 판결이므로 공단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고, 확정된 결론은 아닙니다. 또한 모든 요양 중 사망이 자동으로 산재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마다 의학적 감정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그래도 실무적으로는 몇 가지를 챙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직후부터의 진료기록과 입퇴원 기록, 거동 제한 정도를 보여 주는 자료, 부검 소견, 기저질환의 경과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공단 단계에서 불승인되더라도 심사청구와 소송으로 법원 감정을 받아 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결론: 승인된 재해의 후유 위험까지 보는 시각
이번 판결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산재로 승인된 부상 때문에 몸이 불편해진 상태에서 생긴 합병증은, 사고와 시간적 거리가 있더라도 의학적으로 연결된다면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상당인과관계는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감정과 기록으로 뒷받침되는 합리적 연결을 뜻하며, 기저질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연결이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근로자와 가족께는 세 가지를 권합니다. 첫째, 요양 중 거동 제한이 길어질 때는 혈전 예방과 정기 검진에 대해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둘째, 불승인 통지를 받아도 포기하지 말고 불복 절차를 검토하세요. 셋째, 진료기록과 부검 자료를 꼼꼼히 보관하세요. 사업주께는 산재 근로자의 요양 과정을 방치하지 말고 공단 절차에 협조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노무사나 변호사와 상담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법령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약칭: 산재보험법) [법률 제21375호, 2026. 2. 19. 일부개정, 시행 2026. 7. 1.]
- 제5조(정의) 제1호·제3호,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제1항, 제40조(요양급여), 제62조(유족급여), 제71조(장례비)
- 참고 판결: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 2026. 8. 27. 선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언론 보도 기준이며 판결문 원문은 확인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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