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7월 1일
참고 기사
- https://www.ajunews.com/view/20260605100805297 (美 화학업체 셀라니즈, 중동 전쟁 여파에 울산 공장 폐쇄 — 아주경제)
- https://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4276 (울산 노동계 “셀라니즈 울산공장 폐쇄, 전형적인 기업 먹튀” — 울산매일)
서론: 국제 유가발 공장폐쇄, 근로자 보호는 어디에
미국 화학소재 기업 셀라니즈가 지난 6월 4일 울산공장의 생산과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물량을 중국 난징·선전 공장과 인도 실바사 공장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가가 급등하며 원가 부담이 커지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1990년 가동을 시작해 듀폰 울산공장으로 출발한 이 공장은 2022년 11월 셀라니즈가 인수한 이후 4년도 안 돼 문을 닫게 됐다. 문제는 방식이다. 울산 화섬식품노조는 6월 18일 성명을 내고 “일부 인력만 서울 사무실로 옮길 뿐, 십수 년간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에 대한 전환배치 계획은 전혀 없다”며 “전형적인 외투기업 먹튀”라고 규탄했다. 해외 이전에 따른 사업장 폐쇄가 흔해지는 요즘,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 어떤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정하고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정리해고)의 요건을 짚어본다.
본론: 근로기준법이 정한 경영상 해고 다섯 가지 요건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제24조제1항) 근로기준법 제24조제1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항 후단은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원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실적 부진, 주가 하락 등 셀라니즈가 밝힌 사정이 실제로 “긴박한” 수준인지는 개별 사안마다 따져야 하지만, 법은 최소한 이러한 사유를 사용자가 소명해야 할 대상으로 못박고 있다. 단순히 “해외 생산이 더 저렴하다”는 경영 판단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국내 사업 존속이 어렵거나 상당한 경영난이 예상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다.
2. 해고 회피 노력과 합리적 기준 (제24조제2항) 제24조제2항은 사용자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해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정한다. 배치전환, 희망퇴직, 휴업 등이 대표적인 회피 노력이다. 이번 사안에서 노조가 문제 삼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일부 인력만 서울로 옮기고 나머지는 전환배치 계획조차 없다”는 지적은, 해고 회피 노력이 법이 정한 수준에 못 미쳤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국내 다른 사업장으로의 배치전환 가능성, 계열사 전출, 단계적 인력 조정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곧바로 사업장을 접는 방식은 이 요건을 두고 다툼의 소지를 남긴다.
3.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전 통보·협의 (제24조제3항)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기준에 관해 노동조합(근로자 과반수 조직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대표)에 해고 예정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공장 폐쇄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사후에 통보하는 방식은 이 요건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 협의는 형식적인 설명회 개최로 갈음되지 않으며, 해고 규모·시기·선정 기준 등 구체적 사항을 두고 실질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는지가 중요하다.
4. 대량 해고 시 고용노동부 신고 (제24조제4항, 시행령 제10조) 제24조제4항에 따라 사용자가 일정 규모 이상 인원을 해고하려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시행령 제10조는 상시 근로자 99명 이하 사업장은 10명 이상, 100~999명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의 10퍼센트 이상, 1,000명 이상 사업장은 100명 이상을 해고하는 경우, 최초 해고일 30일 전까지 해고 사유·해고 예정 인원·근로자대표 등을 신고하도록 정한다. 울산공장 인력 규모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면, 폐쇄 발표와 별개로 이 신고 절차가 지켜졌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신고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대량 실업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재취업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준비하도록 하는 기능도 겸한다.
5. 해고예고·서면통지·우선재고용 경영상 해고를 포함한 모든 해고에는 제26조의 해고예고(적어도 30일 전 예고, 미이행 시 30일분 이상 통상임금 지급)와 제27조의 서면통지 의무가 함께 적용된다. 특히 제27조제2항은 서면통지를 하지 않으면 해고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명시한다. 구두 통보나 이메일 공지만으로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이 부분이 종종 다툼의 대상이 된다. 또한 제25조는 정리해고 후 3년 이내 같은 업무로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회사가 향후 국내에서 유사 사업을 재개할 경우에도 의미를 갖는다. 제24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요건을 모두 갖춰야 제23조제1항의 “정당한 이유 있는 해고”로 인정되며(제24조제5항),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부당해고 시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결론: 절차 없는 이전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셀라니즈 사례가 보여주듯, 해외 이전에 따른 사업장 폐쇄는 그 자체로 위법이 아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이를 “긴박한 경영상 필요”부터 “해고 회피 노력”, “근로자대표와의 50일 전 협의”, “대량 해고 신고”, “해고예고와 서면통지”까지 다섯 겹의 절차로 통제한다. 어느 하나만 빠져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제28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재편을 결정한 순간부터 이 절차를 역산해 일정을 짜야 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해고 통보 전 회사가 근로자대표와 협의했는지, 전환배치나 희망퇴직 등 회피 노력을 실제로 기울였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보 방식이나 시점에 의문이 있다면 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제28조제2항)도 기억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