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자 최저보수 도입 논의,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은 왜 적용되지 않을까

작성일: 2026년 9월 15일 | 참고 기사: 200만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 보호 받을까…소상공인·소비자 부담 우려도

배달라이더 210만 명, 법 밖에 선 사람들

서울 도심 곳곳을 누비는 배달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가전 설치기사, 택배기사까지 더하면 국내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약 2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의 ‘플랫폼 종사자 규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 수가 이 정도 규모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 배차와 평가 등급, 업무 배정과 통제를 받으며 일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최근 정부가 이들에게 별도의 ‘최저보수’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왜 이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행법상 근로자 개념과 플랫폼노동자의 법적 위치, 이미 마련되어 있는 산재보험의 노무제공자 특례, 정부가 추진 중인 제도 개선 방향을 차례로 살펴본다.

근로자가 아니면 최저임금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최저임금법 제2조는 이 정의를 그대로 준용해 “근로자”, “사용자”, “임금”의 개념을 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도록 하고 있고, 제3조는 이 법이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규정한다. 제5조는 최저임금액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도록 하고, 제6조는 사용자가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할 의무와 그 위반 시 효력을 규정한다. 결국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으려면 우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야 한다.

문제는 배달라이더나 대리운전 기사, 가전 설치기사 상당수가 형식상 사업주와 위탁·도급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라는 점이다. 배달을 예로 들면 알고리즘에 의한 배차, 등급·레벨 관리, 예약 스케줄, 취소 시 불이익 등 간접적 통제를 받는 구조여서 실질은 근로자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특정인이 실제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종속성, 업무 지휘·감독 여부, 보수의 근로 대가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 사안마다 판단해야 하는 영역으로, 이는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판례 법리에 따른 판단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업무 건당 수익을 얻는 구조여서 소득 변동성이 크고, 장비 유지비·유류비 등 비용을 제하면 실질 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산재보험법은 이미 ‘노무제공자’ 개념을 따로 두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제91조의15에서 “노무제공자”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별도 정의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을 “플랫폼 종사자”로 규정한다. 이어 제91조의16은 노무제공자를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보고, 그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 역시 이 법이 적용되는 사업으로 본다고 명시한다. 즉 산재보험 영역에서는 이미 노무제공자가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특례는 산재보험 영역에 한정된 것으로,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규제까지 확장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최저보수’ 제도는 최저임금법 자체를 개정해 적용 대상을 넓히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보수 기준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안건이 여러 차례 부결된 데다, 법 개정에 따르는 절차적 부담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고 콜(배차) 수락 여부에 따라 소득이 크게 달라지는 플랫폼 업무 특성상, 시간급 형태의 기준보다는 건당 수수료의 최저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와 기본법 제정도 함께 추진 중

정부는 최저보수 검토와 병행해 두 가지 제도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으로, 고용형태나 근무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법률로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 근거를 담는 기본법 성격의 입법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근로자 추정제’ 도입으로, 근로자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퇴직금 지급 등을 둘러싼 분쟁이 생기면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 스스로 자신이 근로자임을 증명해야 했지만, 추정제가 도입되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업주가 그렇지 않음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이들 제도는 모두 연내 입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세부 요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둔다.

최저보수 제도, 신중한 설계와 대비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현재 플랫폼노동자는 최저임금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최저임금의 직접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산재보험 영역에서는 노무제공자로서 이미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이 아닌 별도의 최저보수 기준과 근로자 추정제,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 소상공인·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제도의 최종 형태는 유동적이다.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업주라면 향후 최저보수 기준 도입이나 근로자 추정제 시행에 따른 비용·법적 책임 변화를 미리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라면, 알고리즘 배차나 업무 배정·평가 등에서 강한 통제를 받고 있다면 현재도 개별 사안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으므로, 분쟁이 생겼을 때는 관련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시행 2026. 8. 20.] 제2조(정의)
  • 최저임금법 [법률 제17326호, 2020. 5. 26., 타법개정] [시행 2020. 5. 26.] 제1조(목적), 제2조(정의), 제3조(적용 범위), 제5조(최저임금액),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법률 제21375호, 2026. 2. 19., 일부개정] [시행 2026. 7. 1.] 제91조의15(노무제공자 등의 정의), 제91조의16(다른 조문과의 관계)

※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추정제 도입, 플랫폼노동자 최저보수 기준은 이 글 작성 시점 기준으로 정부가 연내 추진을 검토·계획 중인 사항으로, 구체적 법률 조항이나 시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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