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9월 13일
참고 기사: 대법원 “별개 법인 두 회사, ‘경영상 일체’라면 하나의 사업장” (월간노동법률) · ‘5명 이상 사업장’ 대법원 첫 기준 “경제 공동체여야” (매일노동뉴스)
서론 — 법인이 둘이면 사업장도 둘일까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문을 두드릴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상시 5명 이상인가”입니다. 5명에 한 명이 모자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체가 각하됩니다. 그런데 현실의 사업장은 서류처럼 깔끔하지 않습니다. 사장은 같은데 법인은 둘로 나뉘어 있고, 직원들은 두 회사를 오가며 일하고, 급여는 한쪽에서 나오는 구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근로자 수를 각각 세면 둘 다 4명, 합치면 7명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별개 법인인 두 회사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해 상시 5명 이상을 사용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며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법인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용 범위와 상시근로자 수 산정 방법을 조문에서 확인하고, 법원이 ‘경영상 일체’를 어떤 지표로 판단하는지,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본론 — 조문이 정한 기준과 법원이 보는 실질
1. 적용 범위의 출발점: 근로기준법 제11조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면서,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 사용인은 제외합니다. 제2항은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하고, 제3항은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표현이 “사업 또는 사업장”입니다. 법은 ‘법인’이라고 쓰지 않았습니다. 법인은 상법·민법상의 권리주체 개념이고, 사업 또는 사업장은 노동법이 규율 대상으로 삼는 활동 단위입니다. 두 개념이 대부분은 일치하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번 쟁점의 뿌리입니다.
2. 몇 명인지 세는 법: 시행령 제7조의2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제1항은 산정 공식을 제시합니다.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의 가동 일수로 나눈 값이 상시 근로자 수입니다. 해고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해고일 직전 1개월이 산정기간이 됩니다.
제2항은 평균값만으로 생기는 왜곡을 보정합니다. 평균이 5명에 미달하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로 따져 5명에 미달한 일수가 2분의 1 미만이면 법 적용 사업장으로 보고, 반대로 평균이 5명 이상이어도 미달 일수가 2분의 1 이상이면 적용 사업장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람 수가 들쭉날쭉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실제 승패를 가르는 조항이 이 제2항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4항은 연인원에 포함할 사람의 범위를 정합니다. 통상 근로자는 물론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모든 근로자가 들어가며, 동거 친족도 그 외의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함께 계산됩니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 쪽 연인원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라서”, “계약직이라서” 빼고 세는 실무 관행은 근거가 없습니다. 한편 시행령 제7조는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조항을 별표로 따로 정하고 있어, 5인 미만이라도 근로기준법 전부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3. 법원이 ‘하나의 사업’을 인정하는 기준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해석해 왔습니다. 여기서 출발점은 법인격의 분리 여부입니다. 법인격이 다른 기업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구성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별개 법인 사이에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만한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이 드는 판단 지표는 구체적입니다. 각 목적 사업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 또는 차별성, 임원·근로자의 인적 교류 여부, 재정과 회계의 분리 여부, 업무 장소의 분리 독립 여부, 경영상 의사결정 조직의 분리 여부, 업무상 지휘·감독과 근태관리의 분리 여부를 전체적으로 살핍니다. 이는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판례 법리이므로, 조문만 읽어서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4. 5인 이상으로 인정되면 달라지는 것들
상시 5명 이상으로 판단되는 순간 사업주의 의무는 질적으로 달라집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등 징벌이 금지되고, 제2항에 따라 업무상 부상·질병 요양 휴업기간과 그 후 30일, 산전후 휴업기간과 그 후 30일에는 해고가 제한됩니다. 제27조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서면 통지를 거치지 않은 해고는 그 자체로 효력이 없습니다. 근로자는 제28조에 따라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과 연차유급휴가처럼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규정들이 함께 따라옵니다.
5. 실무 대응
사업주 입장에서, 계열사나 관계사로 조직을 나누어 두었다면 서류상 분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급여 계좌와 회계를 실제로 분리하고, 근태·인사 결재선을 각각 독립시키며, 인력을 수시로 돌려쓰지 않는 등 운영의 실질이 따라와야 합니다. 반대로 사실상 한 몸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5인 이상 사업장을 전제로 취업규칙과 해고 절차를 정비하는 편이 분쟁 비용을 줄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증거가 곧 결론입니다. 두 회사 명의가 섞인 업무 지시 메신저, 한쪽 대표가 다른 쪽 직원의 휴가를 결재한 기록, 동일 사무실 좌석 배치도, 명함과 사내 연락망, 급여 이체 내역 등이 경영상 일체성을 뒷받침합니다. 무엇보다 구제신청 기간이 3개월로 짧으므로, 상시근로자 수를 다투느라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일단 기간 내에 신청한 뒤 입증을 보강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결론 — 간판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
이번 판결의 메시지는 간명합니다. 노동법은 등기부에 적힌 법인의 수가 아니라 실제로 하나의 경제적 활동 단위로 돌아가는지를 봅니다. 법인격 분리가 원칙적 기준이라는 점은 유지되지만, 인사·재정·지휘감독이 뒤섞여 있다면 그 원칙은 깨집니다.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해고 제한과 서면통지 의무를 피해 갈 수 있다는 기대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근로기준법 제11조의 단위는 법인이 아니라 사업 또는 사업장입니다. 둘째, 상시근로자 수는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해고일 직전 1개월의 연인원을 가동일수로 나누되, 일별 미달 일수가 2분의 1 미만이면 5인 이상으로 봅니다. 셋째, 5인 이상이 되면 제23조의 해고 제한, 제27조의 서면통지, 제28조의 구제신청 3개월 규정이 곧바로 작동합니다.
사업주라면 조직을 나눈 이유와 운영 실질이 어긋나 있지 않은지 지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근로자라면 “여긴 5인 미만이라 안 된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함께 일하는 사람 전부를 세어 보고 기간 내에 구제신청을 접수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사업장 실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의 확인을 함께 받는 편이 좋습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 제11조(적용 범위),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 근로기준법 시행령 [시행 2025. 10. 23.] [대통령령 제35436호, 2025. 4. 8., 일부개정] — 제7조(적용범위), 제7조의2(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의 산정 방법)
※ 본문에서 다룬 ‘경영상 일체’ 판단 기준은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판례 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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