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짜리 계약서를 여덟 번 썼다면 — 쪼개기 계약과 갱신기대권, 2026년 실무 기준

작성일: 2026년 9월 11일

참고 기사:

서론 — 2년을 채우지 않으려는 계약서

기간제 근로계약의 상한은 2년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2년을 피하려고 계약 기간 자체를 잘게 쪼개는 방식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3개월, 6개월짜리 계약서를 여러 번 반복해 쓰게 하고, 2년이 가까워지면 “이번에는 갱신하지 않겠다”며 계약 종료를 통보하는 식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했는데도 신분은 늘 3개월짜리입니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 문제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서 쪼개기 계약 개선을 포함한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이미 ‘갱신기대권’이라는 판례 법리로 이 문제를 다뤄 왔습니다. 최근에도 3개월 단위 계약을 반복해 온 경비원에 대해 법원이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사례가 알려졌습니다. 오늘은 현행법이 무엇을 보장하고, 법에 없는 갱신기대권이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본론 — 법이 정한 2년, 판례가 채운 빈틈

1. 기간제법 제4조가 그은 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괄호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라고 명시합니다. 계약서를 몇 장 썼는지가 아니라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합산한다는 뜻입니다. 3개월짜리 계약을 여덟 번 반복하면 그 자체로 2년이 되고, 한 번 더 갱신하면 2년을 넘습니다.

제4조제2항은 그 효과를 정합니다. 제1항 단서의 예외 사유가 없거나 소멸했는데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면,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사업주가 전환 처리를 하지 않아도 법률상 당연히 무기계약 근로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예외가 넓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1항 단서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생겨 복귀 시까지 대체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학업·직업훈련 이수 기간을 정한 경우, 고령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등을 2년 초과 사용이 가능한 사유로 열거합니다. 계약서에 “특정 사업 완료 시까지”라는 문구가 들어 있더라도, 실제 업무가 상시·지속적이라면 예외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업무의 실질로 판단합니다.

2. 2년이 되기 전에 끊길 때 — 갱신기대권

문제는 2년을 채우기 직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받는 경우입니다.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자동 종료되므로,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의 무기계약 간주 효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빈틈을 메워 온 것이 갱신기대권 법리입니다. 갱신기대권은 기간제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판례가 형성한 법리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판례는 근로계약서·취업규칙·인사규정 등에 일정 요건을 갖추면 갱신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갱신 관행, 근로자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계약이 반복 체결된 경위와 횟수, 사용자가 한 언동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으면 갱신기대권을 인정합니다. 기대권이 인정되면 사용자의 일방적인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취급되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경비원 사건이 전형적입니다. 3개월 단위 계약을 여러 차례 반복해 온 사정, 회사가 반복 갱신 시 기대권이 생길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정이 인정 근거가 되었습니다. 계약 기간을 짧게 쪼갠 것이 오히려 갱신 관행을 입증하는 자료가 된 셈입니다.

3. 실무에서 확인할 것

근로자라면 먼저 계약서를 모두 모아 최초 입사일부터 계산한 계속근로 총기간을 확인하십시오. 공백 없이 이어졌다면 계약서 장수와 무관하게 합산 대상입니다. 갱신 거절을 통보받았다면 다툴 기한이 짧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8조제2항에 따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임금·상여금 등에서 정규직과 불합리한 차이가 있었다면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의 차별적 처우 금지 위반으로 같은 법 제9조제1항에 따라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기한은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계속되는 처우는 종료일)부터 6개월입니다. 같은 법 제9조제4항은 분쟁에서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사업주라면 짧은 계약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방식이 더 이상 안전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을 쪼갤 업무상 필요가 실제로 있는지, 그 필요가 기간제법 제4조제1항 각 호의 예외에 해당하는지 점검하고, 갱신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과 평가 절차를 문서로 갖춰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로조건은 기간제법 제17조에 따라 근로계약기간, 근로시간·휴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불방법 등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갱신 거절이 실질적으로 해고로 평가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요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 계약서 장수가 아니라 일한 기간

쪼개기 계약을 둘러싼 다툼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법이 보는 것은 계약서를 몇 장 썼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어떤 일을 계속했느냐입니다. 기간제법 제4조제1항은 반복갱신의 경우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합산하도록 정하고 있고, 2년을 넘기면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간주됩니다. 2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반복 갱신의 경위와 관행에 따라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갱신기대권은 법률 조문이 아니라 판례 법리이므로, 사안마다 인정 여부가 갈립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근로자는 계약서 전부, 갱신 시 주고받은 문자나 메일, 담당 업무의 연속성을 보여 주는 자료를 남겨 두십시오. 사업주는 갱신 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문서로 정리해 두십시오. 그리고 구제 절차의 기한은 짧습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3개월, 차별 시정신청은 6개월입니다. 억울하다는 판단이 서면 상담부터 서두르는 편이 낫습니다.

정부가 연말까지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반복 갱신 횟수 제한이나 사용 사유 제한 같은 입법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법률로 확정된 내용은 없으므로, 당분간은 현행 기간제법과 판례 법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인용 법령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간제법) [시행 2021. 5. 18.] [법률 제18177호, 2021. 5. 18., 일부개정] — 제4조제1항·제2항(기간제근로자의 사용), 제5조(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 제8조제1항(차별적 처우의 금지), 제9조제1항·제4항(차별적 처우의 시정신청), 제17조(근로조건의 서면명시)
  • 근로기준법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 제23조제1항(해고 등의 제한),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제28조제2항(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 기간제법은 2021년 5월 18일 시행본이 최신입니다. 갱신기대권은 위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판례 법리이며, 향후 정부의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에 따라 제도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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