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고정성’ 폐기, 11년 만의 대법원 판례 변경이 바꾼 임금 셈법

작성일: 2026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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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상여금도 이제 통상임금? 11년 만의 대법원 판례 변경

매년 명절·여름휴가철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다툼은 한국 노동현장에서 가장 끈질긴 분쟁거리였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차이 나기 때문에,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였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핵심 잣대로 제시한 뒤, 기업들은 상여금에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여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좁히는 임금설계를 해왔다. 그런데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이 또 한 번 전원합의체 판결(2023다302838)을 내리며 11년 만에 이 틀을 깨뜨렸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2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까지 새로 고치며 후속조치에 나섰고, 지금도 수많은 사업장이 임금체계 개편을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살펴본다.

본론: 무엇이 바뀌었고, 기업과 근로자는 무엇을 챙겨야 하나

1. 통상임금의 정의와 종전 ‘고정성’ 법리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한다. 이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른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산정의 기준이 된다. 연장근로와 야간근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휴일근로는 8시간 이내면 100분의 50, 8시간을 초과하면 100분의 100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이 많아질수록 근로자가 받는 법정수당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이므로,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임금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고정성’—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것—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기준기간 중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처럼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상여금은 지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들도 이 틀을 활용해 상여금·수당에 근무일수 조건을 붙여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줄이는 임금설계를 적극적으로 해왔고, 이는 다시 근로자 측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2.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무엇을 바꿨나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선고한 2023다302838 판결에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2013년 판례를 변경했다. 새 법리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며,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면 받기로 정해진 임금은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무관하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핵심은 근무일수 조건의 처리 방식이다. 판결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도, 그 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져 있다면—즉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자연히 충족할 조건이라면—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실제 이 사건에서는 주 5일제 사업장에서 “기준기간 중 15일 이상 근무”를 요구한 상여금(통상임금의 750%, 격월·설·추석·하기휴가로 분할 지급)이 문제됐는데, 대법원은 이 조건이 해당 기준기간의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반대로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임금은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판결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다룬 것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재직조건부 임금'(예: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이 판결이 직접 다루지 않은 별도의 영역으로, 향후 추가적인 법리 정립이 필요한 부분이다.

3. 적용시점과 실무 영향

새 법리는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를 고려해 판결 선고일(2024.12.19.)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 다만 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병행사건에는 구체적 권리구제를 위해 소급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2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개정해 현장 혼란을 줄이는 작업에 나섰고,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는 전문 컨설턴트를 파견해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격월·명절·휴가비 상여금 등에 붙여둔 근무일수 조건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이내라면 이제 통상임금에 포함되므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예컨대 상여금이 통상임금의 750%에 달했던 위 사건처럼 비중이 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새로 포함되면, 시간당 통상임금액이 크게 올라가고 그만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부담도 함께 커진다. 임금총액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

결론: 임금체계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

11년 만의 판례 변경으로 통상임금의 핵심 기준은 ‘고정성’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정기성·일률성’으로 옮겨갔다.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상여금이라도 그 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이내라면 더는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사용자라면 상여금·수당 규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을 다시 들여다보고 통상임금 범위를 재산정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바꿀 때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불이익 변경 무효 위험을 피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지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근로자라면 자신의 상여금에 붙은 지급조건이 소정근로일수 이내인지 확인해 보고, 그렇다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제대로 재산정되고 있는지 임금명세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판결 선고일(2024.12.19.) 이후 발생한 수당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므로, 그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