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근로자 임금이 밀렸을 때 원청은 어디까지 책임지나 — 직상 수급인 연대책임과 2027년 임금비용 구분지급

작성일: 2026년 9월 5일 참고 기사: 체불임금,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사업주의 책임도 끝까지 묻는다(고용노동부) / 체불임금, 세금처럼 강제징수…못 받으면 원청사도 연대 책임(이코노미스트)

서론 — 임금체불의 무게중심이 원청으로 옮겨간다

임금체불 대책이 다시 도급구조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지급금 회수 방식을 국세체납처분으로 전환하는 한편, 도급 사업에서 발생한 체불에 대해 실질적으로 돈줄을 쥔 상위 수급인의 책임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 왔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몇 단계 아래 하도급 업체가 무너지면 그 밑에서 일한 근로자만 임금을 떼이는 구조가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이미 법전에 반영돼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도급 사업의 임금체불에 대해 직상 수급인의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고, 2026년 4월 7일 개정으로 도급인이 도급금액 중 임금에 해당하는 몫을 따로 떼어 매월 지급하도록 하는 제44조의4가 신설돼 2027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도급 사업 임금체불의 법정형을 끌어올린 제107조가 2026년 10월 8일부터 시행됩니다. 원·하청 모두 지금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본론 — 연대책임의 두 갈래와 새로 생긴 구분지급 의무

1. 일반 도급: 귀책사유가 있어야 연대책임(제44조)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은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해지는 경우,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면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다시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서 비롯됐다면 상위 수급인도 연대책임을 집니다.

여기서 ‘귀책사유’는 막연한 개념이 아닙니다. 같은 조 제2항의 위임을 받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4조는 ①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지급일에 도급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②정당한 사유 없이 원자재 공급을 늦추거나 하지 않은 경우 ③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하수급인이 도급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경우, 이 세 가지로 한정합니다. 원청이 기성금을 제때 지급했다면 하청의 자금난만으로 곧바로 연대책임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2. 건설업: 귀책사유를 묻지 않는 연대책임(제44조의2)

건설업은 훨씬 강합니다. 제44조의2 제1항은 건설업에서 공사도급이 2차례 이상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해당 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그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제44조와 달리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무면허 하도급(이른바 ‘십장·오야지’ 시공)에 임금 지급 위험이 집중된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항입니다. 제2항은 직상 수급인마저 건설사업자가 아니면 상위 수급인 중 최하위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고 하여 책임 주체를 끌어올립니다.

여기에 제44조의3은 직접지급의 길을 엽니다. 원·하청 간 직접지급 합의가 있거나, 근로자가 하수급인에 대한 확정된 지급명령·집행증서 등 집행권원을 갖고 있거나, 하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임금 지급이 불가능함이 명백한 경우, 근로자가 청구하면 직상 수급인은 하도급 대금 채무 범위에서 임금 상당액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합니다. 지급한 만큼 하도급 대금 채무는 소멸합니다(같은 조 제3항).

3. 2027년부터: 임금비용을 아예 갈라 지급(제44조의4)

2026년 4월 7일 신설된 제44조의4는 접근을 바꿉니다. 사후 책임 추궁이 아니라 돈의 흐름 자체를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사 및 지방공단·지자체 출자출연기관, 그 밖의 도급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금액 규모·기간에 해당하는 사업을 도급할 때, 도급금액 중 수급인이 자기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비용을 구분하여 매월 지급해야 합니다(제1항). 한 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면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을 각각 도급인·수급인으로 봅니다(제2항).

핵심은 확인 의무입니다. 도급인은 임금비용을 지급할 때 수급인이 전월에 자기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수급인은 전월 임금 지급내역 등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제4항). 확인 결과 미지급이 드러나면 도급인은 그 사실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해야 합니다(제5항). 수급인은 받은 임금비용을 임금 지급 외의 용도로 쓸 수 없고(제6항), 이를 위반하면 제1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이며, 적용 업종·금액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어 하위법령 확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4. 형사 리스크의 상향(제107조, 2026년 10월 8일 시행)

현행 제109조 제1항은 제44조·제44조의2 위반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7일 개정으로 도급 사업 임금체불이 제107조로 옮겨져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되고, 2026년 10월 8일부터 시행됩니다. 반의사불벌 원칙은 유지되지만, 제43조의2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 체불사업주가 공개 기간 중 다시 위반하면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소 제기가 가능합니다(제107조 제2항 단서). 합의만 믿고 버티는 관행이 통하지 않게 됩니다.

결론 — 원청은 ‘지급했다’가 아니라 ‘지급되었다’를 증명해야

정리하면 책임의 층이 셋입니다. 일반 도급은 시행령 제24조의 귀책사유가 있을 때, 건설업 다단계 도급은 귀책사유 없이도 직상 수급인이 연대책임을 지고, 2027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도급에서 임금비용을 분리해 매월 지급하고 지급 여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원청이 할 일은 분명합니다. 첫째, 기성금 지급일과 지급 사실을 계약서·이체내역으로 남겨 귀책사유 다툼에 대비하십시오. 둘째, 건설 현장에서는 하수급인의 건설사업자 등록 여부를 계약 단계에서 확인하십시오. 이 한 가지가 무과실 연대책임의 갈림길입니다. 셋째, 2027년 시행에 맞춰 임금비용 구분 항목, 전월 임금대장 제출 절차, 미지급 통보 라인을 도급계약서와 내부 규정에 미리 반영하십시오.

근로자 입장에서는 하청 업체가 문을 닫아도 길이 남아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집행권원을 확보하면 제44조의3에 따라 직상 수급인에게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2차 이상 도급 현장이라면 제44조의2로 원청의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체불이 발생하면 시간을 끌지 말고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제기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시행 2026. 8. 20.] — 제43조의2, 제44조, 제44조의2, 제44조의3, 제44조의4(신설 2026. 4. 7., 시행일 2027. 1. 1.), 제107조(시행일 2026. 10. 8.), 제109조, 제116조 제1항
  • 근로기준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35436호, 2025. 4. 8., 일부개정] [시행 2025. 10. 23.] — 제24조

※ 임금채권보장법상 대지급금 제도와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사업자 등록 요건은 본 자료의 법령 색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조문 번호를 특정하지 않고 서술로만 다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