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7월 22일
참고 기사
– 2026년 표준 취업규칙 게시 | 고용노동부
– 2026 취업규칙 변경 기준 정리: 노동법 개정 사항과 변경 절차 | 시프티
– 2026년 인사·노무 관련 법령 주요 개정 사항 | 김·장 법률사무소
–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방법 | 법무법인 율촌
⚠️ 안내: 본 글에서 인용하는 근로기준법 제93조~제97조는 첨부 자료 「노동법 13종」에 수록된 조문입니다. 다만 본문에서 언급하는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전원합의체 판결(‘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폐기) 은 첨부 자료에 수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판결 원문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또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서론 — 취업규칙 개정 시즌, 절차를 놓치면 전부 무효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2026년 표준 취업규칙」을 게시한 이후, 사업장마다 취업규칙 손질이 한창입니다. 정년 연장 논의, 연차유급휴가 시간단위 사용, 출산·육아 지원 확대, 직장 내 괴롭힘 조치 절차 정비 등 올해 개정된 노동관계법령을 반영하려면 취업규칙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터지는 사고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내용은 법에 맞게 고쳤는데 절차를 빠뜨려 변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이른바 ‘불이익변경’은 단순히 의견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과거 사용자에게 숨통을 틔워주던 ‘사회통념상 합리성’ 예외 법리마저 대법원이 폐기하면서, 이제 절차 위반에는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오늘은 근로기준법 제9장이 정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 절차와 불이익변경 동의 요건을, 조문과 실무 쟁점을 함께 짚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본론 — 근로기준법 제9장이 정한 취업규칙의 룰
1. 누가, 무엇을 작성해야 하는가 (제93조)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할 의무를 지웁니다. 중요한 것은 조문 첫 문장 뒤에 붙은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라는 표현입니다. 즉 최초 작성뿐 아니라 모든 변경에도 신고 의무가 따라붙습니다.
제93조가 열거하는 필수 기재사항은 13개 항목입니다. 시업·종업 시각과 휴게시간·휴일·휴가·교대근로(제1호), 임금의 결정·계산·지급방법과 승급(제2호), 가족수당(제3호), 퇴직(제4호), 퇴직급여·상여·최저임금(제5호), 식비 및 작업용품 부담(제6호), 교육시설(제7호),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지원(제8호), 안전과 보건(제9호), 성별·연령·신체적 조건 등 특성에 따른 사업장 환경 개선(제9호의2), 재해부조(제10호),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제11호), 표창과 제재(제12호), 그 밖에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제13호)이 그것입니다.
제8호와 제11호는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손질된 항목입니다. 육아휴직·배우자 출산휴가 제도가 잇따라 확대되고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 두 항목만 방치해도 취업규칙이 현행법과 어긋나게 됩니다.
2. 의견청취인가, 동의인가 (제94조)
절차의 핵심은 제94조 제1항입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단서가 결정적입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견청취’와 ‘동의’는 법적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의견청취는 반대 의견이 나와도 사용자가 변경을 강행할 수 있지만, 동의는 받지 못하면 변경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94조 제2항에 따라 신고할 때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해야 하므로, 서류 없이 신고하면 그 자체로 절차 하자가 드러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어려운 판단이 “이 변경이 불이익한가”입니다. 임금·퇴직금 산정방식 변경, 정년 단축, 징계 사유 추가, 복리후생 축소는 전형적인 불이익변경입니다. 반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에게는 불리한 ‘유·불리 혼재’ 변경은 판례상 전체적으로 불이익변경으로 보아 동의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3. 동의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동의 방식에 대해 판례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을 요구합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는 이른바 ‘회람식 동의’는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반드시 전 근로자가 한자리에 모일 필요는 없고, 부서별·기구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 간 의견을 교환한 뒤 찬반 의견을 집약해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됩니다. 핵심은 ‘근로자들끼리 자유롭게 논의할 기회가 있었는가’입니다.
과거에는 동의를 받지 못했더라도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유효라는 예외 법리가 있었으나, 대법원이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를 폐기했습니다. 이제 동의 없는 불이익변경은 원칙적으로 그 변경 부분이 무효이며, 기존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4. 함께 봐야 할 조문 — 제95조·제96조·제97조
제95조는 감급(減給) 제재의 한도를 정합니다. 1회의 감액은 평균임금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은 1임금지급기 임금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징계 규정을 정비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상한선입니다.
제96조는 취업규칙이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권한을 부여합니다.
제97조는 효력 관계의 마침표입니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이 무효이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 기준을 따릅니다. 개별 근로계약서로 취업규칙을 밑도는 조건을 만들 수 없다는 뜻입니다.
5. 실무에서 벌어지는 일
임금체계를 성과급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개별 동의서만 받아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몇 년 뒤 퇴직자가 종전 기준으로 계산한 차액을 청구하면, 회사는 집단적 동의 절차 부재를 이유로 패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효인 변경 부분에는 기존 취업규칙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소멸시효 범위 내 전 직원분이 한꺼번에 문제 되면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결론 — 내용보다 절차, 서류보다 기록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상시 10명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 작성뿐 아니라 변경할 때마다 신고해야 합니다(제93조). 둘째, 유리하거나 중립적인 변경은 의견청취로 족하지만 불리한 변경은 반드시 동의가 필요합니다(제94조 제1항 단서). 셋째, 동의는 개별 서명이 아니라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이어야 하며, ‘사회통념상 합리성’ 예외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를 권합니다. 변경 전 각 조항이 근로자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항목별로 판정표를 만들어 두고, 설명회·투표·의견 취합 과정을 회의록과 사진, 서면으로 증거화하며, 개정 후에는 근로계약서가 새 취업규칙에 미달하지 않는지 제97조 기준으로 역검토하는 것입니다.
취업규칙은 사업장의 헌법입니다. 내용을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헌법을 고치는 절차를 지키는 일입니다. 올해 개정 사항을 반영하려는 사업장이라면, 조문 초안보다 동의 절차 설계도를 먼저 그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