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법으로는 어떻게 실현되나 —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규정으로 본 현실

작성일: 2026년 7월 4일

참고 기사

서론: 예산은 편성됐는데, 법은 아직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대표적인 노동시장 공약인 ‘주4.5일제’가 2026년도 정부 예산에 실제 사업으로 반영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워라밸+4.5 프로젝트 시범사업과 주4.5 특화컨설팅 등에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고, 참여 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현실을 고려하면 반가운 흐름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건강권과 생산성을 근거로 임금 삭감 없는 단축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운영 공백을 우려한다. 그런데 실무자 입장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가 주4.5일제를 도입하려면, 근로기준법상 어떤 절차와 근거를 거쳐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시범사업이라는 정책적 지원과는 별개로, 현행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정이 주4.5일제 도입에 어떤 틀을 제공하는지 살펴본다.

본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으로 본 주4.5일제

1. 출발점은 여전히 주 40시간 (근로기준법 제50조) 근로기준법 제50조제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제2항은 1일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한다. 주4.5일제라는 명칭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현행법상 이 상한을 낮추는 별도 조항은 없다. 즉 ‘주4.5일 근무’를 실현하려는 사업장은 법정 근로시간 총량인 주 40시간(또는 그 이하)을 나흘 반에 걸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임금을 유지한 채 소정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변경 사항이지 근로기준법이 강제하는 내용이 아니다.

2. 근로시간 배분의 도구: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51조, 제51조의2) 근로기준법 제51조는 취업규칙으로 2주 이내 단위기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거치면 3개월 이내 단위기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한다. 이 경우 특정한 주는 52시간, 특정한 날은 1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다. 나아가 제51조의2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의 단위기간까지 운영을 허용하면서, 근로일 종료 후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시간 보장과 임금보전방안 마련·신고 의무를 함께 규정한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특정 요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금요일 전체 또는 반나절을 쉬게 하는 방식의 주4.5일 근무를 설계할 수 있는데, 다만 제3항(제51조)과 제6항(제51조의2)에 따라 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3. 개인별 유연화 도구: 선택적 근로시간제 (제52조) 근로기준법 제52조는 취업규칙에 근거를 두고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대상 근로자 범위,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 등을 정하면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는 3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해 법정근로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정산기간을 1개월 넘게 정하는 경우에는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시간 보장과 초과 근로시간에 대한 통상임금 100분의 50 이상 가산 지급 의무가 함께 부과된다(제2항). 이 제도는 근로자 개인이 출퇴근 시각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만큼, 특정 요일에 근로시간을 몰아서 근무하고 나머지 요일이나 반나절을 비우는 형태의 주4.5일 근무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

4. 연장근로 한도와 가산임금 (제53조, 제56조)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더라도, 근로기준법 제53조에 따른 연장근로 한도는 별도로 지켜야 한다. 당사자 간 합의로 1주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제51조의2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기간 평균 1주 12시간 이내에서만 연장이 가능하다. 만약 이러한 절차 없이 임의로 근로시간을 재배치해 법정 한도를 넘기면, 제56조에 따라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휴일근로는 최대 100분의 100)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근로기준법 위반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5. 실무 쟁점: ‘임금 삭감 없는 단축’은 법이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의 시범사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지원금으로 일부 보전하는 정책이지, 근로자의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장치는 아니다. 따라서 사업장이 주4.5일제를 도입할 때 소정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면서도 임금 수준을 유지할지, 아니면 위에서 본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총 근로시간은 유지한 채 근무일만 재배치할지는 결국 취업규칙 변경이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노사가 정할 문제다. 이 과정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서면 합의 절차를 제대로 갖췄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

결론: 시범사업은 마중물, 실행의 법적 틀은 근로기준법에서 찾아야

주4.5일제는 예산 지원을 앞세운 정책적 유인책과, 근로시간의 총량과 배분을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의 기존 틀이 맞물려야 비로소 현장에서 작동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제50조)이라는 원칙 자체는 아직 바뀌지 않았고, 근무일 재배치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제51조·제51조의2·제52조)라는 기존 절차를 거쳐야 하며, 연장근로 한도와 가산임금(제53조·제56조)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업주라면 시범사업 지원 요건만 볼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 변경과 근로자대표 서면 합의 절차를 함께 준비해야 하고, 근로자라면 근무일이 줄어드는 대신 임금이나 연장근로 가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아직 입법으로 완결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향후 법 개정 동향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