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 작성일: 2026년 7월 15일
  • 참고 기사: 월간 노동법률(worklaw) 2026년 7월호 상담사례, 고용노동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 계산표」(https://www.moel.go.kr/policy/policydata/view.do?bbs_seq=20250201644)
  • 참고 법령: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 — 첨부 「노동법 13종.pdf」 수록분

서론 — 주 80시간 전공의의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

최근 월간 노동법률 7월호에는 “주 80시간까지 일하는 전공의도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쓸 수 있느냐”는 상담이 실렸습니다. 장시간 근로가 일상인 직군일수록 임신한 근로자의 건강은 더 위태롭지만, 정작 “나 같은 사람도 신청이 되나” 하는 의문 때문에 제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2014년 도입 이후 2025년 2월 개정으로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업주가 형편을 봐주는 배려” 정도로 오해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가 임의로 거부할 수 없는 법적 의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근로기준법 제74조가 정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의 신청 요건과 임금·연차 보호, 신청 절차, 그리고 위반 시 제재까지 실무 중심으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본론 — 근로기준법 제74조가 보장하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핵심 조항과 요건.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은 “사용자는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허용할 수 있다’가 아니라 ‘허용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또한 같은 항 단서는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단축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이미 단시간으로 일하는 근로자도 최소 6시간 근무는 유지하면서 단축을 쓸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2025년 2월 확대 시행의 의미. 2024년 10월 22일 개정된 제74조 제7항은 공포 후 4개월이 지난 2025년 2월 23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개정으로 후반기 적용 시점이 종전 ’36주 이후’에서 ’32주 이후’로 앞당겨졌고, 특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유산·조산 등 위험이 있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임신 전(全) 기간” 신청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위험 진단을 받은 근로자는 임신 12주에서 32주 사이의 이른바 ‘공백기’에도 단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전공의 사례처럼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을 넘는 장시간 근로 직군이라 하더라도, 요건만 충족하면 하루 2시간을 줄여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임금은 깎이지 않습니다. 가장 오해가 잦은 지점입니다. 제74조 제8항은 “사용자는 제7항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하루 2시간을 덜 일해도 임금은 종전과 동일하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제74조 제9항은 근로시간 단축과는 별개로, 1일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출퇴근 시각만 조정하는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 변경’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의 이동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다만 이 시각 변경은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연차휴가에서도 불이익이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제5호는 “제74조 제7항에 따른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여 단축된 근로시간”을 연차휴가 산정 시 ‘출근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단축으로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도 그 시간을 결근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제도를 사용한 근로자가 이듬해 연차 일수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임금·연차 어느 쪽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이 제도의 뼈대입니다.

신청 절차와 태아검진 시간. 제74조 제10항은 근로시간 단축의 신청방법과 절차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실무상 근로자는 단축 개시 예정일 전에 임신기간·개시 및 종료 예정일·근무 시각 등을 적은 문서에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제출합니다. 여기에 더해 제74조의2는 임신한 근로자가 「모자보건법」에 따른 정기건강진단을 받는 데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사용자가 허용하고, 그 시간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태아검진 시간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모성 보호 장치입니다.

위반 시 제재. 사용자가 정당한 신청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116조 제2항 제2호는 제74조 제7항·제9항을 위반한 자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배려’가 아니라 미이행 시 금전 제재가 따르는 법적 의무임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결론 — 신청서 한 장으로 지켜지는 모성 보호

정리하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임신 12주 이내·32주 이후(위험 시 임신 전 기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하루 2시간을 줄여 근무할 수 있는 권리이며, 임금 삭감 금지(제74조 제8항)와 연차 불이익 금지(제60조 제6항 제5호)까지 함께 보장됩니다. 사용자에게는 이를 거부할 재량이 없고,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제116조 제2항). 근로자라면 개시 예정일 전에 진단서를 첨부한 신청서를 준비하되 “임금이 깎이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사업주라면 이것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장시간 근로 직군일수록 이 제도의 가치는 더욱 큽니다. 모성 보호는 거창한 절차가 아니라 신청서 한 장에서 시작되며, 그 한 장을 미루지 않는 것이 근로자와 사업장 모두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본 글의 법 조항은 첨부 자료 「노동법 13종.pdf」(근로기준법)에 수록된 원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의 구체적 판단은 공인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