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10월 11일 참고 기사: 경인일보 「시행 반년, 사용자성 부인 여전… 원청 거부에 막힌 ‘노란봉투법’ 교섭」(https://www.kyeongin.com/article/1769977)
서론: 법은 시행됐지만 교섭 테이블은 아직 비어 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마주 앉아 교섭할 길을 열어 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이 올해 3월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와 사뭇 다릅니다. 지난 8월 말 보도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하청노조로부터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사업장 456곳 가운데 이를 사업장에 공고한 곳은 149곳, 비율로는 32.7%에 그쳤습니다. 열 곳 중 일곱 곳은 공고조차 하지 않은 셈입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는 교섭요구 시정신청이 21건 접수되었고, 이 가운데 4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 시정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원청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으로 맞서면서 실제 교섭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정한 교섭요구 공고 절차의 흐름을 정리하고,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도급 사업의 임금 책임’ 규정이 하청 근로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원청 담당자와 하청노조 모두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핵심입니다.
본론: 공고 절차, 사용자성 판단, 임금 책임을 나눠 보면
1. 교섭요구에서 시정명령까지, 절차의 흐름
보도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이를 7일간 사업장에 공고해야 합니다. 공고는 같은 원청 아래 다른 노조나 하청 근로자에게 교섭 참여 기회를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원청이 공고하지 않으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공고하고 교섭에 응하라는 시정명령이 내려집니다. 이 흐름은 노동조합법에서 규율하는 내용이며, 이 블로그가 참조하는 첨부 자료에는 노동조합법 조문이 수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조문 번호는 특정하지 않고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드립니다.
문제는 시정명령 이후입니다. 사례로 소개된 수도권매립지공사는 6월 지방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고 재심을 청구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원래 결정을 유지했고, 이후 첫 단체교섭 상견례가 열렸습니다. 반면 다른 원청들은 재심과 행정소송을 거치며 시간을 벌고 있습니다. 시정명령은 확정되기 전까지 다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는 절차가 길어질수록 교섭 동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2. 쟁점은 ‘사용자성’, 근로기준법의 사용자와는 무엇이 다른가
원청이 가장 많이 다투는 부분은 자신이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를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같은 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근로기준법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와 그를 위해 행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원래는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가 곧바로 원청이 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이 틀을 단체교섭 영역에서 넓혀,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원청이라면 교섭 의무를 지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즉 작업 방식, 안전 기준, 인력 배치처럼 하청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원청이 좌우한다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실질적 지배인지는 사안별로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판단하므로, 아직 확립된 단일 기준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노동부가 이번 주 노동쟁의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한 시행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것도 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아니라 지침 형태를 택한 이유는 모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위헌 논란을 피하고 현장에 즉시 적용하기 위해서라고 보도되었습니다.
3. 교섭과 별개로 유지되는 원청의 임금 연대책임
교섭 문제와 별개로, 하청 근로자의 임금은 근로기준법이 이미 일부 보호하고 있습니다. 제44조 제1항은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으로 행해지는 경우,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 때문에 생긴 경우에는 상위 수급인도 연대책임을 집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귀책사유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책임이 ‘원청의 귀책사유로 인한 임금 미지급’이라는 조건에 묶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원청이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지급을 지연해 하청이 임금을 주지 못한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반대로 하청 자체의 경영 사정만으로 체불이 생겼다면 이 조항만으로 원청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하청 근로자라면 임금 체불이 발생했을 때 체불의 원인이 원청의 대금 지급 지연이나 부당한 단가 인하와 연결되는지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원청과 하청노조가 지금 준비할 것
원청 입장에서는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의 공고 기간을 지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공고를 거부하고 사용자성만 다투는 전략은 시정명령, 재심, 소송으로 이어지며 비용과 노사관계 악화라는 부담을 낳을 수 있습니다. 한편 노조 입장에서는 원청이 하청 근로조건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보여 주는 자료, 예컨대 작업지시서, 안전 관련 지침, 인력 운용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모아 두는 것이 사용자성 입증의 핵심입니다. 두 당사자 모두 노동부 지침이 나오면 그 범위를 바탕으로 교섭 의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결론: 공고는 의무의 시작일 뿐, 기록과 지침을 챙기세요
정리하면,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도 원청의 공고 비율은 32.7%에 머물러 있고, 노동위원회 시정명령 이후에도 재심과 소송으로 교섭이 늦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원청이 하청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용자인지 여부이며, 이는 사안별 판단이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실무 조언을 드립니다. 첫째, 원청 담당자는 하청노조의 교섭요구를 받으면 7일 공고 의무를 우선 이행하고 법률 자문을 받으세요. 둘째, 하청노조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를 보여 주는 자료를 꾸준히 축적하세요. 셋째, 하청 근로자는 임금 체불 시 근로기준법 제44조에 따른 직상 수급인 연대책임 가능성을 확인하고 원인을 기록해 두시기 바랍니다. 넷째, 곧 발표될 노동부 시행 지침의 내용을 확인하고 교섭 의제를 조정하세요. 개별 사안은 노무사나 변호사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 [시행 2026. 8. 20.] [법률 제21373호, 2026. 2. 19., 타법개정]: 제2조 제1항 제1호·제2호, 제44조 제1항·제2항
-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은 첨부 자료에 조문이 수록되어 있지 않아 조문 번호를 인용하지 않고, 위 기사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했습니다. 사용자성의 구체적 판단 기준은 노동위원회·법원의 개별 판단과 노동부 시행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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