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 본 글에서 언급하는 ‘근로자성 추정 제도'(증명책임 전환 입법)는 2026년 6월 현재 입법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첨부 파일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당 제도의 최신 입법 현황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또는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서 인용하는 근로기준법 제2조·제11조, 고용보험법 제2조·제4조·제8조·제15조·제77조의6·제77조의7·제118조 및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04조의11,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6조는 첨부 파일(노동법 13종.pdf,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PDF)에 수록된 조항입니다.
작성일: 2026년 6월 20일
참고 기사
-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559 (매일노동뉴스 — ‘가짜 3.3 계약’ 잡는다, 노동부 100곳 기획감독)
- https://v.daum.net/v/20251204120115810?f=p (다음뉴스 — 노동부, ‘가짜 3.3 사업장’ 기획감독 착수…범부처 공조)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2092102i (한국경제 — 가짜 3.3 계약과의 전쟁, 정부 기획감독 나섰지만)
- https://www.shinkim.com/kor/media/newsletter/3034 (김신앤김 — ‘가짜 3.3 계약’, 고용노동부 기획감독 및 기업 대응방안)
서론: 월급 받는데 ‘사업소득자’라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부터 ‘가짜 3.3 계약’이 의심되는 사업장 100여 곳에 대한 기획감독에 들어갔다. 가짜 3.3 계약은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근로계약서 대신 위탁·용역 계약서를 내주고, 매달 급여에서 사업소득세 3.3%만 원천징수해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4대보험 가입과 퇴직금, 연차휴가 같은 근로기준법상 의무를 한꺼번에 피할 수 있어 일부 사업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5명 미만으로 신고됐는데도 사업소득자를 합산하면 30명을 넘는 사업장을 우선 점검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계약을 맺은 사람이 분쟁이 생겼을 때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가짜 3.3 계약이 만들어내는 노동법상 사각지대와 근로자성을 가르는 기준을 살펴본다.
본론: 계약서의 이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기준이다
근로자인지는 ‘실질’로 판단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계약서 제목이 ‘위탁계약서’나 ‘용역계약서’라도, 실제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정해진 시간·장소에서 일하며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제11조에 따라 이 법은 원칙적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므로, 가짜 3.3 계약으로 신고된 인원을 제외하면 ‘상시 5명 미만’으로 위장해 법 적용 자체를 피하려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매일 정해진 시간까지 출근해 팀장의 업무지시를 받고 고정급 형태의 대가를 받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있다면,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근로기준법 제2조의 정의에 따라 근로자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고용보험에서도 이중으로 빠져나간다
고용보험법 제8조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이 법을 적용한다고 정한다. 그런데 같은 법 제2조 제5호는 보험료·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보수’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서 일정 금품을 뺀 금액으로 정의한다. 사업소득(3.3%)으로 신고된 사람은 애초에 근로소득자가 아니므로 보수 산정 대상에서 빠지고, 사업주도 제15조에 따른 피보험자격 취득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런 인력은 제4조가 정한 실업급여, 육아휴직 급여, 출산전후휴가 급여 같은 고용보험사업의 보호망에서 모두 빠져나가게 된다. 다행히 제15조 제3항은 사업주가 신고하지 않으면 근로자 본인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었고,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6조는 정상적으로 신고가 이루어지면 근로복지공단이 피보험자 본인에게 신고사실 통지서를 보내도록 정한다. 즉 이 통지서를 받은 적이 없다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별도 경로도 있다. 고용보험법 제77조의6은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직종에 종사하면 ‘노무제공자’로서 고용보험 특례를 적용받도록 했고, 제77조의7은 배달앱 등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에게 피보험자격 신고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시행령 제104조의11이 열거하는 직종은 보험설계사, 학습지·방문강사, 택배원,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방문판매원, 대리운전기사, 화물차주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일반 사무직·영업직·디자이너처럼 이 목록에 없는 업무를 가짜 3.3 계약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근로자 보호도, 노무제공자 특례도 모두 받지 못하는 이중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적발되면 어떻게 되나
이번 기획감독은 두 달간 진행되며 국세청 과세 정보를 활용해 사업소득 합산 인원이 많은 사업장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국세청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참여한다. 감독이 끝난 뒤에도 지방고용노동관서를 중심으로 사업주 단체 교육과 정기 점검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한 번의 단속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고용보험법 제118조 제1항 제1호는 제15조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사업주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정한다. 여기에 더해 실질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사업주는 미가입 기간의 고용보험·산재보험 보험료를 소급해 부담해야 하고,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연장근로수당·퇴직금까지 한꺼번에 정산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 있다. 단순한 세금 처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누적되면 사업장 전체의 인건비 구조를 흔드는 리스크인 것이다.
분쟁이 생기면 무엇을 따지나
실제 분쟁에서는 출퇴근 기록, 업무지시 메신저·이메일, 근무복·사무공간 사용 여부, 다른 회사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었는지 등이 근로자성 판단의 증거로 쓰인다.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결과물만 제출하면 되는 관계였다면 근로자성이 부인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해 상시적인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계약서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쟁이 생긴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진정을 제기하거나 관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결론: 계약서 명칭보다 일하는 실질을 점검하라
가짜 3.3 계약은 사업소득세 3.3%라는 작은 숫자 뒤에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보호를 통째로 비켜가는 구조를 숨기고 있다. 근로자성은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지휘·감독, 근무시간과 장소의 구속, 보수의 대가성 같은 실질로 판단된다는 점이 출발점이다. 사업주라면 사업소득으로 처리 중인 인력이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장소에서 회사의 지시를 받아 일하고 있는지 지금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노무제공자 특례 직종에도 해당하지 않는 인력을 사업소득자로만 관리하고 있다면 기획감독의 우선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취득·상실 신고사실 통지서를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받은 적이 없다면 고용보험법 제15조 제3항에 따라 직접 신고하거나 고용센터에 문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계약의 이름보다 일하는 방식이 결국 권리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