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울리는 업무 카톡, 연결되지 않을 권리로 막을 수 있을까

작성일: 2026년 9월 14일 참고 기사: 퇴근 후 연락 금지·포괄임금제 규제 법제화…근로시간 단축 방안 발표

서론 —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지시, 더는 참지 않는다

퇴근 후 상사의 전화나 단체 대화방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눈치를 봐야 했던 경험, 직장인이라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와 노사가 근로시간 단축 로드맵의 핵심 과제로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권리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직장인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2.5%가 이 같은 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다만 아직 국회를 통과한 확정 법률이 아니라 입법이 추진 중인 단계이므로, 현재 시점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무엇을 알고 대비해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논의의 배경과, 이를 뒷받침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연장근로수당 규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 연결되지 않을 권리, 현행법은 어디까지 보호하는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근무시간 외에 사용자로부터 오는 업무 지시나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근로자의 권리, 그리고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프랑스가 2016년 세계 최초로 이를 법제화했고 호주도 2024년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시·부산 동래구·용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화와 함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2026년 상반기 입법 목표로 추진해 왔고, 국회에는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조문이 아니므로, 이 글에서 조문 번호를 특정해 인용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는 현재도 근로기준법의 기존 근로시간 규정이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1일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이는 대기시간 등도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퇴근 후 상사의 지시에 따라 자료를 검토하거나 메시지에 답변하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이루어진 노무 제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 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53조는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1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고, 제56조는 연장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가산 지급 의무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퇴근 후 업무 대응이 실질적인 근로로 인정된다면, 사용자는 이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몇 분간 메시지를 확인한 것’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개별 사안마다 다퉈야 한다는 점이며, 이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 실무상 혼선의 원인이었습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 입법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바로 이 불명확성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입법이 완료되면 근무시간 외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권리 자체를 명문으로 보장하고, 응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직접 금지함으로써, 지금처럼 ‘이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사후에 다투는 구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앞서 함께 추진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근로시간 기록·측정 의무화와도 맞닿아 있는 흐름으로, 결국 ‘공짜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정책 방향 아래 묶여 있습니다.

결론 — 법 시행 전에도 기업과 근로자가 지켜야 할 원칙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아직 국회 통과 전 단계의 입법 추진 사안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퇴근 후 업무 지시에 실질적으로 응대한 시간이 있다면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 개념에 포함될 수 있고, 이 경우 제56조에 따른 연장·야간근로 가산수당 청구도 가능합니다. 근로자라면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은 일시와 대응 내용을 기록해 두는 습관이 향후 수당 청구나 분쟁 시 유용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입법 완료를 기다리기보다, 사내 취업규칙이나 지침에 퇴근 후 연락 자제 원칙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합니다. 법 제도는 뒤따라오지만, 노무 관행은 지금부터 바뀔 수 있습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 (법률 제21373호, 2026. 8. 20. 시행) 제50조(근로시간),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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