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9월 4일
참고 기사: 고용노동부 2026년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법률신문) / 2026년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서론 — 멈출 권리가 다시 논의되는 이유
고용노동부가 2026년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서 노동자의 ‘피할 권리’와 ‘참여할 권리’ 보장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을 완화하고, 노동자가 직접 작업중지나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하며, 원·하청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작업중지권은 새로 만들어지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예정된 강력한 권리입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멈추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좀처럼 행사되지 못했습니다. 폭염, 밀폐공간, 고소작업처럼 위험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도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다면 현행법은 작업중지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고, 사업주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개정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현행 조문부터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론 —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 3층 구조
1. 사업주의 작업중지 의무 (제51조)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는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핵심은 이것이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는 점입니다. 사업주가 판단해서 멈춰도 된다는 재량 규정이 아니라,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작위의무입니다. 제168조 제1호는 제51조 위반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벌칙 중에서도 상당히 무거운 축에 속합니다. 나아가 제173조 양벌규정에 따라 위반행위를 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법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이 과해집니다(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
2.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제52조)
제52조는 근로자 개인의 권리를 4개 항으로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 제1항: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 제2항: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관리감독자 또는 그 밖에 부서의 장(관리감독자등)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 제3항: 관리감독자등은 보고를 받으면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 제4항: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제4항입니다. 여기서 판단 기준은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는지’가 아니라 ‘근로자가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입니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그 시점에 근로자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다면 보호 범위에 들어옵니다. 사후에 “결국 아무 일도 없지 않았느냐”며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 조항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불리한 처우’는 해고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조문이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라고 열어 두었으므로 감봉·전보·배치전환·재계약 거절·근무평정 하향·성과급 삭감 등 근로조건이나 지위에 불이익을 주는 일체의 조치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3.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조치·작업중지 명령 (제53조)
제53조 제1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업주가 건설물·기계·설비·원재료 등에 대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사용중지·대체·제거 또는 시설 개선 등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제2항은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업주에게 시정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명령 사항을 사업장 내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 게시 의무는 실사에서 자주 지적되는 항목이니 유의해야 합니다.
제3항은 사업주가 시정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유해·위험 상태가 해소되지 않거나 유해·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 관련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 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제168조 제2호는 제53조 제3항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자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4. 실무 포인트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첫째, 판단 주체를 현장으로 내려야 합니다. 제52조 제1항은 근로자에게 직접 중지·대피 권한을 부여합니다. “본사 승인 후 중지”와 같은 사내 절차는 법이 부여한 권리 행사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둘째, 보고 라인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합니다. 제2항의 보고 상대방은 ‘관리감독자 또는 부서의 장’입니다. 교대제·야간·다단계 하도급 현장이라면 시간대별로 누가 관리감독자인지 근로자가 즉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중지 이후 조치를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제3항은 관리감독자등에게 ‘필요한 조치’ 의무를 지웁니다. 보고 접수 시각, 위험요인 확인 내용, 조치 결과, 작업 재개 판단 근거를 문서화해 두면 이후 분쟁에서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넷째, 인사평가와의 분리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작업중지 이력이 근무평정이나 성과급 산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명시적 징계가 없어도 제4항의 ‘불리한 처우’로 다투어질 소지가 있습니다.
5. 개정 논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정부가 예고한 개정 방향은 ①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 완화 ② 근로자가 직접 작업중지나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신설 ③ 원·하청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확대입니다. 현행 제52조가 ‘급박한 위험’이라는 비교적 높은 문턱을 두고 있는데, 이 문턱을 낮추면 권리 행사 가능 국면이 넓어집니다. 또한 지금은 근로자가 스스로 멈추고 사후 보고하는 구조인 반면, ‘요구권’이 신설되면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시정을 청구하는 사전적 경로가 생깁니다.
다만 이는 아직 추진 계획 단계이며 개정 법률로 확정된 내용이 아닙니다. 시행 시점과 구체적 문언은 입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 시점의 사업장 관리는 어디까지나 위에서 본 현행 제51조부터 제53조까지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결론 — 지금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작업중지권은 개정을 기다려야 하는 미래의 권리가 아닙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와 제52조에 명문화되어 있고, 사업주의 중지 의무 위반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책임과 양벌규정이 따라붙습니다.
사업주라면 지금 세 가지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 현장 근로자가 상급자 승인 없이 즉시 멈출 수 있는지. 둘째, 중지·대피 후 보고와 조치가 문서로 남는 절차가 있는지. 셋째, 작업중지 이력이 인사상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사내 제도에 남아 있지 않은지.
근로자라면 제52조 제4항의 보호 기준이 ‘결과’가 아니라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하다고 판단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제2항의 지체 없는 보고 의무는 반드시 이행하고, 당시 상황을 사진·메시지 등으로 남겨 두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멈출 수 있어야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개정 논의의 향방과 무관하게, 오늘 우리 사업장의 절차가 그 권리를 실제로 작동시키고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인용 법령
-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21374호, 2026. 8. 1. 시행) 제51조(사업주의 작업중지)
-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21374호, 2026. 8. 1. 시행) 제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
-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21374호, 2026. 8. 1. 시행) 제53조(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조치 등)
-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21374호, 2026. 8. 1. 시행) 제168조(벌칙)
- 산업안전보건법(법률 제21374호, 2026. 8. 1. 시행) 제173조(양벌규정)
※ 위 조문은 국가법령정보 공동활용 API로 현행 원문을 조회하여 확인하였습니다(법령ID 001766, 법령일련번호 283449, 공포일자 2026. 2. 19., 조문시행일자 2026. 8. 1.). 본문에서 언급한 정부의 ‘피할 권리·참여할 권리’ 관련 개정은 추진 계획 단계로, 확정된 법령 조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