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06-12
참고 기사
- https://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253
-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6/03/31/20260331500082
- https://www.minimumwage.go.kr/
-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68630
서론: 다시 돌아온 최저임금 시즌
매년 여름, 한국 노동계와 경영계가 가장 예민하게 맞부딪히는 시기가 찾아온다. 바로 다음 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기간이다. 2026년 현재 시급 10,320원, 월 환산 2,156,88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인 최저임금이 2027년에는 얼마나 달라질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3월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했고, 위원회는 4월 21일 제1차 전원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다. 최저임금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면, 위원회는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하므로 6월 말이 사실상 법정 기한이다.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최종 결정을 고시하면, 그 금액이 2027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갖는다.
해마다 반복되는 과정이지만, 올해 심의는 특별한 맥락을 안고 있다. 2026년도 최저임금은 17년 만의 노사 합의로 결정됐다는 이례적 기록을 세웠다. 이 협력의 기운이 2027년 심의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충돌과 교착으로 돌아갈지를 놓고 각 주체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글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의 법적 구조, 위원회 운영 방식, 그리고 2027년 심의의 핵심 쟁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본론: 법이 설계한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1. 최저임금법의 목적과 결정 기준
최저임금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생활안정이라는 근로자 보호 목적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거시 경제 목표가 동시에 등장하는데, 바로 이 두 목표 사이의 긴장이 매년 최저임금 심의를 뜨겁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결정 기준은 제4조 제1항에 구체화되어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네 가지 지표 중 노동계는 생계비 상승과 소득분배율 악화를 부각시키고, 경영계는 노동생산성 정체와 기업의 지불 능력을 강조한다. 같은 통계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숫자 싸움은 곧 논리 싸움이 된다.
2. 결정 절차: 90일과 8월 5일의 의미
최저임금법 제8조는 결정 절차를 세밀하게 규정한다. 핵심 조항은 두 개다. 제1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2항은 “위원회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두 기한이 맞물려 통상 7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위원회 심의가 마무리된다.
만약 위원회가 제출한 안에 이의가 있으면, 근로자 대표나 사용자 대표가 고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제9조 제2항).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의를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위원회가 재심의에서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원안을 재의결하면 장관은 그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제8조 제5항). 사실상 위원회가 강한 의지를 보이면 장관도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3. 위원회 구성과 의결 구조
최저임금법 제1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 중 2명은 상임위원으로 임기가 보장된다.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을 요건으로 하되,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3분의 1 이상 출석해야 유효한 의결이 성립한다(제17조 제4항). 이 조항은 어느 한쪽이 회의를 전략적으로 보이콧할 경우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한계를 만들어낸다.
공익위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공익위원 9명의 집단적 판단이 최저임금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공익위원이 어떤 경제 지표를 우선시하고, 어느 방향으로 조율을 시도하느냐가 매년 최저임금 결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4. 2027년 심의의 핵심 쟁점
첫 번째 쟁점은 인상률 수준이다. 2026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2.9%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2027년에 더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이유로 동결 내지 소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환경에서 자영업 폐업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상폭을 둘러싼 협상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두 번째 쟁점은 플랫폼 종사자와 도급제 근로자의 적용 문제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배달 라이더·택배 기사·대리기사 등이 이 조항의 적용 영역에 놓이게 된다. 이들에 대한 실질적 최저임금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가 이번 심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쟁점은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다.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이론상 업종별 차등 적용이 가능하다. 경영계 일각은 음식·숙박업 등 영세 업종에 대한 차등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요구가 실제로 받아들여진 사례는 없으며, 차별 심화와 제도 복잡성을 이유로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5. 최저임금 위반 시 제재와 실무적 유의사항
최저임금법은 단순한 권고가 아닌 강제 규범이다. 사용자가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28조 제1항).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은 병과도 가능하다. 법인의 경우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법인 자체에도 벌금형이 부과된다(제30조).
또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사용자는 해당 최저임금을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다른 적당한 방법으로 널리 알릴 의무가 있다(제11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제31조 제1항).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이 공지 의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임금 산입 범위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제6조 제4항은 매월 1회 이상 정기 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 대상으로 하되, 상여금의 경우 월 환산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부분만 산입하고, 복리후생 수당(식비·교통비 등)은 월 환산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부분만 산입한다. 이 산입 범위를 잘못 계산하면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결론: 숫자 뒤에 있는 것들
최저임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취약 노동자의 생계선이기도 하고, 중소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이기도 하며,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최저임금법이 설계한 절차는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90일이라는 시간 안에 타협시키는 메커니즘이다.
2027년 최저임금은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안에 위원회에서 윤곽이 잡힐 것이다. 사용자와 인사 담당자라면 고시 이후 즉시 취업규칙과 임금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6조는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약정은 무효이며, 그 부분은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28조 제1항).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제6조 제4항)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은 결정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숫자가 확정되는 8월 이후, 현장에서 실질적인 준수가 이루어지는지를 촘촘히 살피는 것이 노동법이 추구하는 생활안정의 진짜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