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인가 — 대법원 파기환송이 남긴 ‘포괄수당약정’이라는 숙제

작성일: 2026년 9월 3일

참고 기사

⚠️ 참고 안내
본 글에서 다루는 ‘포괄임금제’ 및 ‘포괄수당약정’은 근로기준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판례로 형성된 법리입니다. 첨부 자료(노동법 13종)에서 인용 가능한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조·제48조·제50조·제56조·제60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등이며, 포괄임금 자체를 규율하는 조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판단은 국가법령정보센터 및 대법원 판결문 원문을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서론 — 통상임금 싸움의 무대가 바뀌었다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2023다302838)가 통상임금의 요건에서 ‘고정성’을 폐기한 이후, 실무의 관심은 “어떤 수당이 통상임금에 들어가는가”에 쏠려 있었습니다. 재직조건부 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이 잇달아 통상임금으로 편입되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소급분 청구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파견됐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해외근무수당’ 사건에서, 수당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주목할 점은 파기 이유가 “통상임금이 아니다”가 아니라, “그 수당 안에 이미 가산수당이 정산돼 있었는지를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통상임금 다툼의 전선이 ‘포함 여부’에서 ‘이미 지급했는지’로 이동한 셈입니다.

본론 — 통상임금 판단과 포괄수당약정은 별개의 층위다

1. 통상임금의 법적 근거와 판단 기준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으로 정의됩니다. 이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제60조의 연차유급휴가 관련 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의 산정 기초가 됩니다. 즉 통상임금이 커지면 가산수당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고정성’ 요건이 폐기되면서, 지급 여부가 추가 조건에 좌우되더라도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통상임금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이번 사건의 원심도 그 흐름에 따라 해외근무수당 전액을 통상임금으로 보았습니다.

2. 대법원이 지적한 지점 — “이미 정산된 가산수당인가”

대법원은 여기서 한 단계를 더 요구했습니다. 해외근무수당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었더라도, 그 수당 안에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이 미리 포함되어 정산된 것은 아닌지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수당 명목 안에 가산수당 상당액이 들어 있었다면, 그 부분까지 다시 통상임금에 산입해 가산수당을 재계산하는 것은 같은 대가를 두 번 지급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것이 이른바 ‘포괄수당약정’ 법리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제50조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제56조에서 가산수당을 규정할 뿐 포괄임금 지급을 허용하는 조문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판례는 근로형태의 특수성 등으로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계산상 편의의 필요가 인정되고,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해 왔습니다.

3. 실무적 파장 — 임금 명칭이 아니라 임금 설계가 쟁점

이 판결은 세 가지 실무 과제를 남깁니다.

첫째, 수당의 성격을 문서로 특정해야 합니다. ‘해외근무수당’, ‘직무수당’, ‘현장수당’처럼 포괄적인 명칭만 있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사후에 전액이 통상임금으로 편입될 위험이 큽니다. 취업규칙과 임금규정에 각 수당의 산정 근거와 대응하는 근로시간을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근로시간 기록이 방어의 전제입니다. 포괄수당약정은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사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점도 요구합니다. 후자를 입증하려면 실제 연장·야간근로 시간과 지급액을 대조할 수 있어야 하며, 결국 근로기준법 제48조의 임금대장 및 임금명세서 기재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셋째, 해외파견·교대제 사업장은 별도 점검이 필요합니다. 해외 근무, 재외 프로젝트, 상시 출장 인력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액수당 방식이 굳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이 그 전형입니다. 정액수당이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가산수당의 사전 정산인지 성격을 구분하지 않은 채 운영해 왔다면, 향후 소급분 청구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 지금 점검해야 할 것

이번 파기환송이 곧 노동자 측의 패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환송심에서 포괄수당약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결론은 다시 뒤집힐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말한 것은 “수당의 실질을 따지지 않은 채 명칭만으로 통상임금성을 판단하지 말라”는 심리 방법에 관한 지적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첫째, 지급 중인 모든 정액수당의 성격을 소정근로의 대가와 가산수당 사전 정산분으로 분해해 정리하고, 둘째, 그 내용을 취업규칙·임금규정에 반영하며, 셋째, 근로기준법 제48조에 따른 임금명세서에 항목별 산출 근거를 정확히 기재하는 것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매달 받는 정액수당이 무엇의 대가인지, 임금명세서에 연장·야간근로 시간과 그 산출 근거가 기재돼 있는지입니다. 기재가 없다면 그 자체가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통상임금 분쟁의 승패는 이제 ‘수당의 이름’이 아니라 ‘임금 설계의 투명성’에서 갈립니다. 명칭이 아니라 구조를 정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