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법인’도 한 사업장 — 대법원, 별개 회사 상시근로자 합산해 5인 이상 판단

작성일: 2026-07-28
참고 기사:
대법원 “별개 법인 두 회사, ‘경영상 일체’라면 하나의 사업장” (월간노동법률)
2026년 바뀌는 노동법 총정리 (로톡)

※ 본 글에서 인용한 법조항(근로기준법 제11조·제23조·제28조·제56조·제60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2)은 첨부한 「노동법 13종」 자료에 수록된 원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

서론 ─ ‘5인 미만’이라는 방패, 다시 흔들리다

우리 노동시장에는 오래된 ‘경계선’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상시근로자 5명입니다. 근로기준법의 해고 제한, 부당해고 구제,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연차유급휴가 같은 핵심 보호 규정은 원칙적으로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전면 적용됩니다. 그래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실제로는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도 법인을 여러 개로 나누어 각각을 ‘5인 미만’으로 유지하는 이른바 ‘쪼개기’ 관행이 있어 왔습니다. 근로자는 같은 사장 밑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서류상 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해도 다툴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방패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별개 법인이라도 ‘경영상 일체’를 이룬다면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아 근로자 수를 합산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판결의 의미와 근로기준법상 근거, 그리고 사업주와 근로자가 실무에서 각각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본론 ─ ‘경영상 일체’면 하나의 사업장,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먼저 법의 출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규정만 적용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제3항은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하고 있습니다. 5인이라는 숫자가 곧 근로자 보호의 두께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그 산정 방법을 구체화한 것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입니다. 이 조항은 상시근로자 수를 ‘법 적용 사유 발생일 전 1개월(산정기간)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그 기간의 가동 일수로 나누어’ 산정하도록 합니다. 여기에 더해, 그렇게 계산한 결과가 5명에 미달하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로 보아 5명 이상을 사용한 날이 절반 이상이면 법 적용 사업장으로 본다는 보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반대로 5명 이상으로 계산되더라도 미달한 날이 절반 이상이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근로자 수 판단은 서류상 명칭이나 어느 한 시점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몇 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했는가’라는 실질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도 바로 이 ‘실질’ 판단에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두 회사가 각각 별개의 법인으로 등기되어 있더라도,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다면 이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보아 상시근로자 수를 합산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개별 법인만 떼어 놓고 보면 각각 5인 미만이라도, 합산하면 5인 이상이 되어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 측은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다투었으나, 원심의 원고 패소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대표자·자본·인력·업무가 사실상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면 법인을 나눈 형식만으로는 법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 판단이 실무에 미치는 파급은 작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순간, 사업주는 제23조 제1항의 제약을 정면으로 받습니다. 이 조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여, 이른바 ‘부당해고등’을 금지합니다.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자유롭게 내보낼 수 있다고 믿었던 사업장이라면, 이제는 정당한 해고 사유와 절차를 갖추지 못한 해고가 곧바로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근로자는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길이 열립니다. 제28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제2항은 그 신청을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종전이라면 ‘5인 미만’이라는 형식 논리에 막혔을 구제신청이, 두 법인의 합산을 통해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파장은 해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면 제56조에 따른 연장·야간·휴일 근로 가산수당(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 지급 의무가 발생하고,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도 부여해야 합니다. 그동안 ‘5인 미만’을 전제로 이 부담들을 지지 않았던 사업장이라면, 미지급 수당과 미부여 휴가가 소급하여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경영상 일체’를 판단할까요. 법원은 대체로 사업 목적과 업무의 연관성, 대표자와 지배주주가 동일한지, 인사·노무 결정권을 누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는지, 자금과 회계가 서로 섞여 운용되는지, 근로자가 두 법인의 업무를 넘나들며 수행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어느 한 요소가 아니라 이런 사정들이 모여 ‘사실상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된다’는 실질이 인정될 때 근로자 수 합산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사업의 개념을 형식적 법인격이 아니라 실체에 따라 파악해 온 기존 노동법 법리의 연장선이자, 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 남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번 판결은 근로자 수를 인위적으로 나누어 법 적용을 피하려는 시도 전반에 실질 판단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셈입니다.

결론 ─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된다

이번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법인 등기부의 숫자가 아니라, 누가 인사·회계·업무를 실제로 지배하고 통합 운영하는가라는 실질이 근로기준법 적용의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대표가 같고 자금과 인력이 오가며 사실상 하나로 운영되는 회사라면, 법인을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5인 미만’의 보호막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주라면 관계 법인 간 인사·재무·지휘 체계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점검하고, 상시근로자 수 산정은 물론 해고 절차와 가산수당·연차 관리를 근로기준법 제23조·제28조·제56조·제60조 기준에 맞추어 미리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근로자라면, 회사가 형식상 여러 법인으로 나뉘어 있더라도 실질이 하나라면 부당해고 구제를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경영상 일체’인지는 지배관계, 자금 흐름, 인사권 행사, 업무 지휘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문제이므로, 다툼이 예상된다면 근로계약과 운영 실태를 정리해 공인노무사나 노동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