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서울고법 첫 판결이 남긴 것

작성일: 2026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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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플랫폼 노동, 법원이 그은 첫 선

2026년 7월 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재판장 이지영)는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사가 라이더에게 한 해고를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보고, 해고 기간 미지급 임금 약 1,974만 원과 복직 시까지 매월 약 293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그동안 배달라이더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의 보호 밖에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만큼, 이번 판결은 플랫폼 노동 전반에 파장을 낳고 있다. 양대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 입법이 시급하다고 밝혔고, 라이더유니온 등 노동계는 건당 최저임금 논의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글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의 정의와 부당해고 구제 절차의 기본 구조를 짚어보고, 이번 판결이 플랫폼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본론: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와 부당해고 구제의 틀

1.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의 정의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계약서를 썼는지, 사업자등록을 했는지, 계약의 이름을 ‘위탁계약’이라 붙였는지는 결정적 기준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즉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했는지가 핵심이다. 서울고법은 이번 사건에서 라이더가 배달앱에 접속해 근무하는 동안 회사의 감독을 받아 노무를 제공했다는 점, 자영업자처럼 여러 플랫폼을 능동적으로 선택해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앱을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는 점, 배달료 산정·지급 방식과 배차가 회사가 정한 기준과 통제 아래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2조가 요구하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근로 제공’이라는 실질을 충실히 따진 판단이라 할 수 있다.

2. 근로자성 인정의 실무적 파급력 — 해고 제한과 구제 근로자로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여러 보호가 함께 적용된다. 그 출발점이 제23조제1항이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반대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개인사업자로 취급되면 이 조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계약 해지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실무였다. 근로기준법은 부당해고를 다투는 두 가지 경로를 두고 있다. 하나는 제28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는 행정적 절차로,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제28조제2항), 노동위원회가 제29조에 따른 조사·심문을 거쳐 부당해고 성립을 인정하면 제30조에 따라 원직복직이나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내린다. 다른 하나는 이번 사건처럼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등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로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해고를 무효로 판단하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과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을 명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가 금지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3. 근로자성은 어떻게 가려지나 — 형식보다 실질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오랫동안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실질을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해 왔다.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복무규정 등을 적용받는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사용자에 의해 지정되고 구속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시킬 수 있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지, 아니면 매출·실적에 따른 것인지,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있는지 등이 함께 고려된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라이더의 플랫폼 전속성, 배차·평가에 대한 회사의 통제, 배달료 산정 방식 등을 근거로 든 것도 이러한 판단 틀에 부합한다. 결국 계약서에 ‘위탁계약’ 또는 ‘업무제휴계약’이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면 근로기준법 제2조가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여지가 커진다.

4. 플랫폼 노동자·사업주가 유의할 점 이번 판결은 개별 사건에 대한 첫 하급심 판단으로, 모든 배달라이더가 자동으로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성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앞서 본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 사건마다 판단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더 등 위탁 계약직 종사자를 관리하는 방식, 특히 배차·평가·계약 해지 기준을 얼마나 일방적으로 운용해 왔는지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 입법 논의도 이런 판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위탁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 지시·감독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는 자신의 근무 실태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 제한과 제28조·제30조의 구제 절차를 포함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각각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론: 판결 하나로 끝나지 않을 이야기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밖의 존재’라는 오래된 전제에 균열을 낸 사건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가 정한 근로자 개념은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이 개념에 해당하면 제23조에 따른 해고 제한과 제28조·제30조에 따른 구제 절차가 함께 작동한다는 점을 이번 사건이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이 판결이 상고심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며, 근로자성 판단은 여전히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종사자라면 자신의 근무 실태(지휘·감독, 보수 산정 방식, 계약 형식 등)를 기록해 두고, 계약 해지를 당했을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업주 역시 위탁계약이라는 형식만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계약 구조와 관리 방식을 재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