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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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고용노동부 근로시간 정책자료, 2026년 표준 취업규칙 게시(고용노동부),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실무상 활용법은?(월간 노동법률)
서론 — 사무실 밖에서 일한 시간, 누가 세어주나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와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사업장 안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근로시간 관리는 빠르게 정밀해지고 있습니다. 출퇴근 기록기, 근태 시스템, 임금대장 기재 의무가 겹겹이 얹히면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는가”를 다투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무실 밖입니다. 영업직, A/S 기사, 방문 상담원, 배송·설치 인력, 출장이 잦은 직군은 하루의 대부분을 사용자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보냅니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 하반기 중 이른바 ‘외근 노동자 노동시간 관리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업장 안팎의 근로시간 관리 수준이 벌어질수록, 사업장 밖 근로자의 연장근로수당 분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실무가 기대는 제도가 근로기준법 제58조의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흔히 말하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외근직에게는 수당을 안 줘도 된다”는 면죄부로 오해되는 일이 잦습니다. 오늘은 제58조가 정확히 무엇을 정하고 있는지, 어떤 요건에서만 쓸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본론 — 제58조가 정한 세 갈래의 계산 방식
첫째, 원칙은 ‘소정근로시간 간주’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본문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요건은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사업장 밖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외근 인원 중에 근로시간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동행하는 경우, 휴대전화나 모바일 앱으로 수시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보고하는 경우, 방문 일정과 시각이 회사에 의해 미리 촘촘히 지정되는 경우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다고 평가되어 이 특례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요컨대 GPS·업무앱·실시간 보고 체계를 갖춘 요즘의 외근 관리 환경에서는, 오히려 제58조 적용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사용자가 유념해야 합니다.
둘째, ‘통상 필요한 시간’ 간주입니다. 제58조 제1항 단서는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즉 8시간으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업무라면, 실제 그 업무에 통상 필요한 시간(예: 10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하고,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은 연장근로가 됩니다.
이 지점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무시됩니다. “간주근로시간제니까 몇 시간을 일해도 8시간”이라는 관행은 법 문언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장거리 지방 출장이나 해외 출장처럼 이동·수속에만 상당한 시간이 드는 업무라면, 통상 필요한 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넘는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셋째,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입니다. 제58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통상 필요한 시간’을 둘러싼 사후 분쟁을 예방하는 유일한 법정 장치입니다. 출장 유형별(당일 국내 출장 9시간, 1박 지방 출장 10시간, 해외 출장 12시간 등)로 간주시간을 사전에 서면합의로 정해두면, 그 시간이 곧 근로시간이 됩니다.
재량근로시간제와의 구별도 중요합니다. 제58조 제3항은 업무 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대해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는 제도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 서면 합의에는 ①대상 업무 ②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③근로시간의 산정은 그 서면 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합니다. 대상 업무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가 연구개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기사 취재·편성·편집, 디자인·고안, 방송·영화 제작의 프로듀서·감독 업무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영업직·외근직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재량근로제가 아니라 제58조 제1항·제2항의 사업장 밖 간주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적용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간주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의 산정 방법’에 관한 특례일 뿐,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규정(제56조)이나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제53조 제1항), 휴게·휴일·연차휴가 규정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간주된 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에 대해서도 별도로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야 합니다. 또한 도입하려면 근로시간 산정 방식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것이 안전하며,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결론 — ‘관리하지 않는 자유’가 있어야 적용된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의 핵심은 역설적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는 상태여야 비로소 적용됩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분 단위로 보고받으면서 “외근직이니 간주근로시간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근로시간 기록 의무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 모순은 앞으로 더 자주 다투어질 것입니다.
사용자가 지금 점검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 회사 외근직의 실제 관리 수준이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 냉정하게 진단하십시오. 둘째, 통상 소정근로시간을 넘길 수밖에 없는 업무라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간주시간을 유형별로 명확히 정하십시오. 셋째, 간주시간이 8시간을 넘는다면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임금명세서에 항목으로 드러내십시오.
근로자 입장에서도 확인할 지점이 있습니다. 회사가 “외근이라 수당이 없다”고 설명한다면, 근거가 제58조인지, 근로자대표 서면합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합의된 간주시간이 몇 시간인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서면합의 없이 ‘무조건 8시간’으로 처리해 온 관행이라면,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거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사업장 밖 근로라고 해서 법 밖의 근로는 아닙니다.
인용 법령
⚠️ 아래 법령 정보는 첨부 스냅샷 기준이며, API 실시간 확인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 근로기준법(법률 제20520호, 2025. 2. 23. 시행) 제53조 제1항, 제56조, 제58조
- 근로기준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5276호, 2025. 2. 23. 시행) 제3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