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6-10-28 참고 기사: https://lawissue.co.kr/view.php?ud=2026102809083159239a8c8bf58f_12 참고 기사: https://pressian.com/pages/articles/2026102710270509099
서론: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쓰여 있다면
“당신은 근로자가 아니라 하수급인이니 퇴직금은 없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퇴사한 뒤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주 두 건의 보도가 이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2026년 10월 28일 보도된 사건에서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일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회사 대표는 하수급인이라서 퇴직금 대상이 아니라고 맞섰지만, 수원지방법원 오산지원은 2026년 9월 9일 약 992만 원과 연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루 앞선 27일에는 고용노동부 수사학교 강의안이 체불의 고의가 없으면 내사 종결하도록 안내하고, 도급계약서 작성이나 겸직 가능성을 근로자성 부정 지표로 들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퇴직금을 둘러싼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과 실무 대응법을 정리합니다.
본론: 이름이 아니라 실질이 근로자성을 가른다
1. 근로자의 법적 정의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계약서 제목은 법이 정한 요건이 아닙니다.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했는지가 기준입니다. 근로계약도 같은 조 제4호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계약을 뜻하므로, 도급·위임·용역이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실질이 이에 해당하면 근로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정을 보고 근로자성을 판단하는지는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습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가 쌓아 온 법리입니다. 판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 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공단은 현장을 이탈하려 할 때 대표가 이의를 제기한 사실 등을 실질적 지휘·감독의 증거로 제시했고, 법원은 하수급인이라는 회사 측 주장을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형식적 지표의 한계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 강의안은 당사자의 인식, 도급·용역계약서 작성, 고정급 없는 수수료 보수, 다른 업무 겸직 가능성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기사는 최근 대법원이 이런 형식보다 지휘·감독 같은 실질적 노무 제공 양태를 본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가 계약서를 먼저 내밀면 근로자는 서명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계약 형식을 앞세우는 판단은 탈법 여지를 키웁니다. 이 부분은 기사의 비판이며 노동부의 공식 입장은 보도에 실리지 않았으므로, 제도 변화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3. 근로자라면 퇴직금은 법정 권리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퇴직급여 관련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는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정의하고, 제4조제1항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 평균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도록 합니다. 제8조제1항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요구합니다. 제11조에 따라 사용자가 제도를 설정하지 않았더라도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보므로, 우리 회사는 퇴직금 규정이 없다는 항변도 통하지 않습니다.
4. 지급기한, 지연이자, 시효
퇴직금은 퇴직급여법 제9조제1항에 따라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합의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 역시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과 금품을 청산하도록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제37조제1항에 따라 다음 날부터 지급일까지 지연이자가 붙고,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는 그 이율을 연 100분의 20으로 정합니다. 이번 판결의 연 20% 이자도 이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사업주는 다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연이자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한편 근로자 쪽에서는 시효를 챙겨야 합니다. 퇴직급여법 제10조는 퇴직금을 받을 권리를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로 사라진다고 규정합니다.
5. 계속근로기간 합산 쟁점
이 사건에서는 같은 대표가 운영한 다른 회사에서 일한 기간을 합산할지도 다투어졌습니다. 보도에는 법원이 이 쟁점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나와 있지 않으므로 결론을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법인격이 다른 회사 사이라도 실질이 한 사업이고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이어졌다면 합산을 주장해 볼 수 있으므로, 근로자는 급여 이체 내역과 업무 지시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6. 노동청 진정과 민사소송, 어떻게 이어 가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관할 노동관서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노동청은 해당 기간 동안 근로자였다고 판단했지만 사업주가 지급을 거부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근로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사업주가 끝내 지급하지 않으면 확정된 청산 책임을 받아내기 위해 민사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레시안 보도가 지적한 것처럼 체불의 고의성이 없다고 보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에도 임금을 지급할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의성은 사업주의 형사처벌을 가르는 요소이지, 퇴직금을 받을 권리의 존재 여부를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합니다.
소액 사건의 경우 소송 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므로, 금액이 크지 않다고 포기하기보다 증거를 갖추어 청구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처럼 소송 대리를 지원하는 기관을 활용하면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승소하면 소송비용을 사업주가 부담하고, 판결 확정 전에도 가집행을 통해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소송비용 부담과 가집행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7. 사업주가 지금 점검할 것
사업주 입장에서는 형식만 도급으로 바꾸는 방식이 오히려 위험합니다. 업무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작업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특정 현장에서의 이탈을 통제하고 있다면 계약서에 무엇이라고 적었든 근로자로 인정될 위험이 큽니다. 이 경우 퇴직금뿐 아니라 연차휴가, 가산수당, 최저임금 같은 근로기준법상 의무가 한꺼번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도급이라면 결과물에 대한 대가를 정하고 작업 방식은 상대방에게 맡기는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판단이 애매한 업무 형태가 있다면 분쟁이 생기기 전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계약 구조를 정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계약서보다 증거가 퇴직금을 지킨다
정리하면, 퇴직금 지급 여부는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근로의 실질로 결정됩니다.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고, 그 경우 퇴직금 14일 지급 의무, 연 20%의 지연이자, 3년의 시효가 함께 따라옵니다. 이번 판결은 하수급인이라는 주장만으로 퇴직금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근로자 분들은 출퇴근 기록, 업무 지시 메시지, 급여 이체 내역, 현장 배치 자료를 퇴직 전에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노동청 진정 결과에 아쉬움이 남더라도 민사소송이나 법률구조공단 지원이라는 길이 있습니다. 소액 사건의 판결문에는 이유가 생략될 수 있어 같은 결론이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 두십시오. 사업주 분들은 도급이라는 이름에 기대기보다 실제 업무 방식을 점검하고,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14일 안에 퇴직금을 정산하는 편이 지연이자와 분쟁 비용을 줄이는 길입니다. 개별 사안은 노무사나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인용 법령
- 근로기준법 [법률 제21373호, 시행 2026. 8. 20.]: 제2조, 제36조, 제37조
- 근로기준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35436호, 시행 2025. 10. 23.]: 제17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법률 제21475호, 시행 2026. 7. 1.]: 제2조, 제4조, 제8조, 제9조, 제10조, 제1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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