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는 워킹맘. ‘좋은 엄마’이자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은 때때로 완벽주의적 부담감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정서적 탈진과 번아웃(Burnout)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워킹맘들이 느끼는 완벽주의의 정체, 그것이 어떻게 번아웃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심리적 유연성을 회복하며 탈출하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당신을 지치게 하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

‘완벽한 엄마’와 ‘완벽한 직장인’ 사이에서
워킹맘이 겪는 스트레스는 단순히 ‘해야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모든 일을 ‘잘’ 해야 한다는 압박에 있습니다.
아침에는 아이의 등원을 책임지고, 낮에는 회사에서 동료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저녁에는 육아와 가사까지 해내는 이중삼중의 역할 수행 속에서 워킹맘은 늘 “충분하지 않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회사에 민폐를 끼친 것 같다”, “집안일이 엉망이다”는 생각은 내가 모든 걸 완벽하게 해냈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되며, 이는 곧 자기비판적 완벽주의로 굳어집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워킹맘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자존감 저하, 수면 부족, 피로 누적, 감정적 소진으로 이어져 결국 번아웃이라는 심리적 탈진 상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번아웃은 ‘약함’이 아닌, ‘너무 열심히 한’ 결과
많은 워킹맘들은 탈진 상태에 놓이면서도 자신을 탓합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다른 엄마들은 잘만 하던데”라는 생각은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며 자신을 더욱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번아웃은 게으름이 아닌 자기착취의 결과입니다. 특히 완벽주의적 태도는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며, 결국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다다르도록 방치합니다.
워킹맘의 번아웃은 “노력 부족”이 아니라, 자기돌봄의 결핍, 휴식에 대한 죄책감, 기대치에 대한 경직된 인식이 만든 결과입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노력 강화’가 아니라, 기준을 내려놓는 연습, 자기인정,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완벽보다 연결을, 성과보다 의미를
완벽주의적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심리적 거리두기와 자기자비 훈련이 필요합니다.
수용전념치료(ACT)는 ‘생각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생각을 ‘생각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진실로 믿기보다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지적 탈융합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잘해야 한다”는 기준보다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육아도, 일도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 ‘진심’으로 연결되고 참여하는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때 자기자비(self-compassion)는 핵심입니다. 실수했을 때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그럴 수도 있지”,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충분했어”라고 자신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 그것이 정서 회복의 시작입니다.
작은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돌보는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면, 워킹맘의 번아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극복 가능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워킹맘의 삶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치열함이 자신을 무너뜨릴 만큼 몰아붙이는 완벽주의로 연결될 때, 우리는 멈추어야 합니다.
번아웃은 나약함이 아닌, 너무 애쓴 사람에게 찾아오는 신호입니다. 이제는 완벽함보다 연결을, 성과보다 의미를, 타인의 기준보다 나의 회복을 우선순위에 둘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충분히 애쓴 나’를 인정하며, 잠깐 멈추는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당신은 잘하고 있고,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입니다.